불법 성토에 중금속 기준치 16배…울주 농촌 마을 ‘발칵’
인근 농지 붉은 침출수 유입도
삼강봉 청정지역 식수원 위협
군, 행위자·지주 동시 처벌 예고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불법성토 현장에 폐기물로 추정되는 잿빛 가루와 굴착기가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 울주군의 한 농지 성토 현장에서 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고 가축 사체가 발견되는 등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지자체의 감시 소홀이 부른 ‘인재’라며 원상복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1331 일대 농지 성토 현장에는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악취가 진동했다. 약 5200㎡ 규모(1573평)의 부지 곳곳에는 농업용 토양으로 보기 힘든 잿빛 가루가 쌓여 있었다. 해당 부지는 지주가 농지 개량을 목적으로 성토 신고를 낸 곳이지만, 주민들은 지난달 말부터 악취와 비정상적인 토질에 대해 불법 매립 의혹을 제기해왔다.
주민들은 굴착기로 구덩이를 파고 산업폐기물을 부은 뒤 깨끗한 흙과 섞어 희석하는 수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울주군이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토양 성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구리가 기준치의 16배, 아연이 11.6배 검출되는 등 농사용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장 일부에서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송아지 사체 2구가 매립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임태헌 씨가 농지에 불법성토로 인한 오염수 문제를 토로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오염 피해는 인근 농가로 번지고 있다. 현장에서 1.5km가량 떨어진 농지에서는 성토 현장과 가까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쓰는데, 물에서 악취와 하얀 거품이 나고 검붉게 변한 상태다. 농민 임태헌 씨는 “이틀 전 논에 저수지 물을 당겨왔는데 논바닥 전체가 갯벌처럼 시뻘겋게 변해버렸다”며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내와리 주민들과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불법 성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상민 기자
마을 주민들과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주군의 안일한 행정을 성토했다. 김영준 외와마을 이장은 “이곳은 태화강, 낙동강, 형산강이 시작되는 삼강봉 청정지역”이라며 “장마철에 오염 토사가 하천으로 흘러들고 지하수 식수원까지 오염될까 봐 주민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울주군이 허가 후 단 한 차례도 현장 점검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토양 분석 결과와 현장 조사 내용을 종합해 오는 28일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며 “농지법 개정에 따라 행위자뿐 아니라 지주에게도 책임을 물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