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완결로 대한민국 의료 새 대안 제시" [울산대병원의 혁신 바람]
의정사태 위기 오기 전 선제적 대응
CT·MRI검사 대기없는 제로 웨이팅
진료비·사망률·비급여 '3저' 자랑
빅4 병원보다 추천지수 훨씬 높아
중증·응급·희귀질환자 70% 초과
작년 의료수익 6176억, 전국 10위
울산대학교병원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첨단 의료기술로 지역 환자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병원의 33개 전 부서가 참가해 혁신 프로젝트를 실천 중이다. 울산대병원 제공
박종하 병원장과 개원 51주년 기념식 장면. 울산대병원 제공
‘사태를 관망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투자로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2024년 의정사태로 촉발된 의료공백 상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울산대병원 박종하 병원장은 판단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전문의 수급 불안, 중증환자 역외유출 등 그동안 누적돼 왔던 문제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모두가 움추리고 있을 때 울산대병원은 긴축이 아닌 투자를 선택했다. 의료진을 전문의와 PA(진료지원) 간호사 체제로 신속히 전환했고, 전문의 처우 개선과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을 도입했다. 응급실 수술방 추가 확보, 국내 최초 로봇 기관지내시경 도입 등 진료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개원 50주년인 2025년을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환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내원 고객의 추천지수가 2.6배에서 25.4로 10배가량 상승했는데 수도권 ‘빅4’ 병원을 추월한 수치다. 진료수익도 두자리수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퀀텀 점프’라고 할만큼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상급종합병원급에서 증축없이는 나오기 힘든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다리지 않고 변화를 시도했다
울산대병원에서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의정사태 전후로 많은 병원이 마취과 공백으로 인해 수술실이 사실상 마비됐다. 서울아산병원만 해도 2023~2024년 마취과 전문의 9명이 연이어 퇴사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울산대병원은 그 조짐을 읽고 마취과 전문의 처우를 선제적으로 개선했다. 또 전공의 의존 구조에서 탈피해 전문의 250명, PA간호사를 250명까지 확보했다. 병원 전체 33개 부서가 비전실현 활동을 통해 위기가 터지기 전에 이미 시스템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의정사태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25년 6대 암수술 실적이 전년 대비 23.3% 증가했고 뇌수술은 24.3%, 심장수술은 16.3% 늘었다. 유방암 수술 실적은 비수도권 3위, 뇌수술은 전국 7위·비수도권 1위를 기록했다. 로봇수술도 누적 6,000례를 돌파했다. 2025년 연 의료수익이 6176억 원으로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이며, 전국 순위로도 10위권이다.
내부 혁신의 결과는 환자 만족도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국내 최고 병원 컨설팅업체인 엘리오앤컴퍼니가 2025년 2월 울산대병원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빅4’ 병원보다 울산대병원을 더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 가족이나 지인이 아플 때 추천할만한 병원인가’에 대한 지표가 내원 고객 추천지수(NPS)다. 의료진 실력, 의료장비 및 시설, 친절 등 서비스 만족도 등을 모두 포괄하는 평가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은 내원고객 추천지수가 2023년 2.6에서 2025년 25.4로 수직상승했다. ‘빅4’ 병원의 추천지수가 평균 7.7 수준임을 감안하면 서울의 메이저병원보다 울산대병원의 추천지수가 훨씬 높게 나온 것이다.
■굳이 서울로 갈 이유가 없어졌다
박 병원장은 저렴한 진료비와 낮은 사망률, 낮은 비급여를 울산대병원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는 ‘제로 웨이팅’ 프로젝트를 꼽았다.
저렴한 진료비, 낮은 사망률, 낮은 비급여 등 세 가지 지표는 사실 동시에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진료비를 낮추면 수익이 줄고, 비급여를 안 올리면 경영이 빠듯해진다. 사망률을 낮추려면 중증 환자를 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세가지 모두 상위권을 달성했다는 것은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라 진료의 구조적 우수성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환자의 만족도는 기다리지 않는 경험에서 나온다. 외래 진료 후에 CT나 MRI 검사를 하려면 며칠 내지는 수주를 기다리는 것이 대학병원의 일상이다. 그러나 암환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두고 굳이 서울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기다림에서 오는 불안감이다.
울산대병원은 CT나 MRI를 찍기 위해 대기할 필요가 없다. 암환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날짜에 영상검사를 받을 수 있다. ‘오늘 검사가 되나요’라고 기대없이 물었다가 ‘됩니다’라는 답변에 놀라는 환자들이 아주 많다. 검사 인터벌을 줄이고 점심시간 오버랩 근무를 도입하면서 제로 웨이팅이 가능해졌다.
박 병원장은 “더 저렴하고, 더 안전하고, 더 투명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거기다가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서울로 갈 필요를 없다고 환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중증환자 관내 이용률 90% 목표
환자가 지역 내에서 치료를 완결하지 못하면 역외 유출이 일어난다. 울산대병원의 환자 이탈률은 7.9%에 불과하다.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에 반해 초진 환자는 9% 증가했다. 기존 환자를 지켜내면서 새로운 환자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다.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의 비중도 70%를 초과했다. 필수의료가 강조되는 시기에 아주 유의미한 기록이다. 박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개원가나 병원급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를 책임져 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받으며 외형을 키우는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화와 혁신의 결과가 모든 진료 영역에서 증명됐고 다음은 완성의 단계다. 중증 진료 역량의 지속적인 강화와 함께 제로 웨이팅을 영상검사를 넘어 수술, 외래 전 과정으로 확장시킬 예정이다. 암병원, 뇌병원, 심장병원이 들어설 신관 증축 공사도 착공에 들어간다. 2030년에 중증환자 관내 이용률 90% 달성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박 병원장은 “관내 이용률 90%는 출장이나 여행 목적과 겹쳐서 생기는 치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진료가 지역내에서 이루어진다고 봐야 한다. 지역의료의 완결과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