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또 아끼고 ‘워플레이션’ 몸살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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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원자재 가격 급등세
의료·일회용품 등 수급 불안
자영업자·서민들 부담도 늘어
사회 곳곳 지출 줄이기 안간힘

온라인 지도 서비스 ‘거지맵’ 캡처. 온라인 지도 서비스 ‘거지맵’ 캡처.

“기존에 미용실서 쓰던 비닐 이어캡 제품이 품절되고 비싼 제품만 남았어요. 구하기 어려워질까 봐 평소 주문량의 배를 주문해 뒀습니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 진 모(40) 씨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한숨이 늘어간다. 그는 “혹시 전기요금마저 오르면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 이란 전쟁이 이어지면서 일상 곳곳에 사용되는 석유 관련 제품 가격 전반이 오르는 ‘워플레이션(War+Inflation)’으로 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자재 수급난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자는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고 있다.

9일 쿠팡 실시간 가격 변동 현황을 알려주는 앱 ‘폴센트’에 따르면 업소용 비닐장갑 2만 매는 지난달 7만 5500원이었으나 이날 기준 10만 6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 투여를 위해 필요한 일회용 무침주사기 100개는 지난달 6000원에서 이날 3만 원으로 가격이 5배나 급등했다. 현재 이 제품은 품절 상태다. 지난달 3만 7900원이었던 500ml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00개도 현재 5만 2900원에 판매 중이다.

워플레이션의 여파로 업계와 서민들의 삶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부산 동구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기저귀와 주사기 도매 가격이 이달부터 20%씩 오를 예정”이라며 “한 달에 기저귀를 100박스 이상 써서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해야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전문 의료용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약국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소아용 플라스틱 물약통도 귀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박 모(45) 씨는 “플라스틱 공급난 기사를 보고 물약통을 미리 쟁여 놓으려고 했지만 온라인서 대부분 품절 상태”라며 “물약통 여유분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15개월 딸이 입원한 이 모(32) 씨도 “병원에서 약통을 하나만 줘서 퇴원할 때까지 씻어서 재사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포장용기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수영구 민락회센터 상인들도 걱정이 크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60) 씨는 “회 포장에 사용되는 도시락 스티로폼 가격이 장당 20원씩 더 오른다고 들었다”며 “이달부터 손님은 줄고, 재료비는 올라 회센터 상인들 모두 울상”이라고 말했다.

각 가정에서는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추세다. 저렴한 ‘가성비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 ‘거지맵’이 인기인 것도 그 때문이다. 부산에도 180여 개 식당이 등록되어 있는 거지맵은 지난달 20일 서비스 시작 이후 2주 만에 약 57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외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 전쟁 이후 부산 내 대중교통 이용도 증가해 하루 이용객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도시철도 승차객은 104만 5410명으로, 전쟁 발발 직전 같은 요일이었던 지난 2월 25일 승차객 96만 7696명 대비 8% 증가했다.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기부 온정도 식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본부’ 관계자는 “금니 제거술을 받은 환자에게 금니를 기부받아 저소득층 치과 진료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금니를 기부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며 “환자 과반은 흔쾌히 금니를 기부했는데 경기가 많이 어려워진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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