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지도 완성도 27%… 지구는 여전히 ‘미지의 행성’
지구의 완전한 지도/로라 트레더웨이 지음/박희원 옮김
지구의 완전한 지도/로라 트레더웨이
‘모노라피스 추니’라는 심해 해면동물이 있다. 잘 움직이지 않아 식물로 오인될 때가 많다. 이 식물 같은 동물이 1만 1000년을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따뜻해지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 초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셈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어리석은 전쟁을 치르고, 팬데믹을 겪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킨 소감을 기자로서 한번 인터뷰하고 싶어진다.
‘아르테미스 2호’의 달 궤도 비행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달과 화성의 표면은 이미 100% 지도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반면에 지금까지 완성된 해저 지도는 겨우 27%에 불과하다. 지구본 위 매끈한 파란색 이면에는 거대한 산맥과 깊은 협곡이 숨어 있다. 우리는 바다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미지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탐험가와 과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옛날 사람들은 바다 밑바닥이 평평하고 진흙만 가득한 사막이라고 생각했다. 여성 과학자 마리 타프가 1950년대 대서양 한복판에 거대한 산맥이 뻗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당시 해군 조사선에는 여성을 태우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육지의 연구실에 남아서 남성들이 보내주는 데이터 파편들을 맞춰 해저 산맥과 해구를 지도화했다. 대륙 이동설을 뒷받침한 이 지도는 오늘날 우리가 구글 어스에서 보는 해저 모습의 시초가 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의 오대양에서 가장 깊은 지점들을 모두 정복하기 위해 진행된 탐사 프로젝트 ‘파이브 딥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미국의 탐험가이자 억만장자인 빅터 베스코보가 같은 잠수정으로 극한지 5곳을 연이어 다녀오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40여 종의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고, 마리 타프가 상상했던 해저 지형의 정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 플라스틱 비닐봉지가 발견되었다니…. 아무튼 빅터 베스코보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사람은 앞으로 해양 지도화를 위해 바다 깊숙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측량선에 비하면 티끌 수준의 비용으로 운영되는 해양 드론이 허리케인도 통과할 정도의 성능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멕시코만의 수중 유적 탐사 현장을 통해 바다가 인류 역사의 거대한 타임캡슐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해저 지도를 위한 도전은 우리가 거의 알지 못했던 지구라는 행성의 수수께끼와 생명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대양수심도위원회(GEBCO)와 일본재단은 2030년까지 해저 지도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시베드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일본은 인근 해저에서 희토류 채굴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오늘날 해양 연구는 우연한 발견이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희귀한 분야이고, 탐험할 곳이 아직 너무나도 많다. 해저 지도는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경제적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자 심해 생태계를 위협하는 ‘파괴의 지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저자는 환경·해양 분야 전문 기자로 지금은 대학교에서 창작 논픽션을 가르치고 있다. 해양수도 부산에도 이런 기자 한 명쯤은 있어야 하겠다. 로라 트레더웨이 지음/박희원 옮김/408쪽/2만 2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