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장도 관두고 왔는데… 알바 전전하는 공단 합격자
부산 동구 추진 시설관리공단
의회 제동에 올 1월 출범 무산
지난해 10월 공채 합격자 17명
6개월째 ‘취업 미아’ 신세 몰려
부산동구청 건물 전경
“지난해 10월 합격 발표를 받은 이후 라오스에서 3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5개월 넘게 일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생계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부산 동구시설관리공단(이하 시설공단) 합격자 A 씨는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동구청으로부터 임용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는 받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도 토로했다.
재정 악화 지적 등으로 출범에 제동이 걸린 시설공단(부산일보 2025년 11월 20일 자 10면 보도) 합격자들의 임용이 5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합격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는 임용 지연에 생계가 불안하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지난해 10월 10일 시설공단 합격자 공고를 내고 17명을 선발했다. 합격자 공고에 따르면 이들의 임용 예정일은 지난 1월 2일이었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무기한 보류 상태다. 이들은 합격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근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공단은 동구 내 △공영주차장 △안창 새뜰마을 공공임대주택 △동구 국민체육문예센터 △종량제봉투·납부필증 등 4개 사업 분야 시설 운영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동구청은 지난 1월 출범을 목표로 2023년부터 시설공단 설립을 추진했다.
이후 동구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구의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시설공단을 설립하면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동구의회는 지난해 9월 시설공단 출범과 운영에 관련된 안건을 모두 보류했고, 결국 동구청이 목표한 출범 시기를 맞출 수 없게 됐다.
동구의회는 오는 6·3 지방선거 이후 다음 의회가 구성된 이후에나 공단 출범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공단이 동구의 재정난을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차기 구청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설공단 출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설공단 출범이 수개월 동안 표류하면서 합격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직렬에서는 합격자와 예비 합격자 총 2명이 임용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 예비 합격자는 시설공단 출범이 지연되는 사이 다른 직장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6명도 임용이 미뤄진 채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대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동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2~3개월간 인수인계 과정이 필요해 1월 1일 출범에 맞춰 업무를 개시하려면 인력을 출범 전에 채용했어야 했다”며 “구청은 출범과 업무에 차칠이 없도록 채용 등 준비 절차를 꼼꼼히 준비했지만, 공단 설립에 대해 의회를 미처 설득하지 못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합격자들 거취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구의회는 시설공단이 설립되기도 전에 직원부터 먼저 채용한 동구청의 절차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동구의회 이희자 의원은 “공단 출범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부터 진행한 것은 비일반적이고 부적절한 절차였다”며 “전직 구청장이 둔 무리수에 행정이 휘둘린 결과 합격자들만 발이 묶여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