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사운드, 시, 몸짓이 겹쳐 만든 70여 분의 밀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넨부토 창시자 다케노우치 아쓰시
27일 공간소극장서 ‘HIBI-나날’ 공연

3월 27일 오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열린 지넨부토 ‘히비(HIBI)-나날’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 아쓰시. 김은영 기자 key66@ 3월 27일 오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열린 지넨부토 ‘히비(HIBI)-나날’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 아쓰시. 김은영 기자 key66@
3월 27일 오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열린 지넨부토 ‘히비(HIBI)-나날’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출연진과 극장 관계자들. 김은영 기자 key66@ 3월 27일 오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열린 지넨부토 ‘히비(HIBI)-나날’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출연진과 극장 관계자들. 김은영 기자 key66@

-3월 27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열린 지넨부토 ‘히비(HIBI)-나날’.


부토(舞踏)에서 즉흥성은 흔히 생각하는 자유로운 몸놀림과는 다르다. 무용수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신’의 감각이자, 세계의 징후에 몸으로 ‘반응’하는 과정에 가깝다. ‘지넨부토’의 창시자 다케노우치 아쓰시가 이날 선보인 공연은 즉흥성의 본질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2022년 일본 도쿄 초연과는 다르게, ‘오늘’의 ‘한국’ 그중에서도 ‘부산’이라는 장소에서만 완성할 수 있는 무대처럼 다가왔다.

무대 위, 그의 몸은 하나의 세계였다. 흔들리고, 멈추고, 가라앉으며, 관객들 앞에서 무형의 질문을 내던졌다. 사운드 아티스트 히로코 코미야가 만들어낸 ‘청각적 풍경’(soundscape)은 그 춤의 또 다른 결이었다. 물소리, 바람의 잔향, 숨소리와 같은 소리의 파편은 몸짓과 맞물려 하나의 시를 이루었다. 부산의 배우 황미애가 낭송한 대만 시인 종차오(인터 아시안 퍼포먼스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의 연작시 ‘차가운 해안과 집의 노래’는 그 무대에 언어의 울림을 더했다.

가자 지구와 제주 4·3에서 벌어진 참상은 시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였다. 그것은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아쓰시의 몸은 그 고통을 통과해 나가며, 예술이 어떻게 상처를 기억하고 또 치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개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은 부토가 품은 본질, 즉 ‘무언의 증언’으로서의 예술을 대변하고 있었다.

다케노우치 아쓰시 부토 공연 'HIBI-나날' 포스터. 공간소극장 제공 다케노우치 아쓰시 부토 공연 'HIBI-나날' 포스터. 공간소극장 제공

70여 분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한 관객은 “숨이 멎는 듯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몰입했다”고 말했다. 작은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역시 소극장 공연만이 지닌 밀도와 에너지에 깊이 응답했다. 공연 뒤 20여 분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자리를 뜨는 이는 없었다. 그 정적과 잔향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무대 위에 남아 있는 듯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