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실험장서 명실상부한 디지털 자산 메카로 [부산은 열려 있다]
⑧ 블록체인 중심 도시
2027년까지 전국 유일 특구 지정
실증 거치며 사업화 가능성 확인
국내 첫 조각투자 거래소 유치
업계 “체계적인 통합 지원 필요”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BWB 2025)에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의 공식 캐릭터인 '비바부'와 함께 대학생 서포터스 '비욘드 부산'의 발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에서 블록체인 중심 도시이자 디지털 자산 메카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확보했다.
이후 규제 특례를 활용한 실증 사업과 제도 개선,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러한 성과는 국내 최초 디지털 자산 거래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며, 부산이 명실상부한 디지털 자산 거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전국 유일 블록체인 기술 실험장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는 문현금융단지와 센텀시티, 동삼혁신도시 등 18개 지역에 걸쳐 2027년까지 지정돼 있다. 특구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검증하는 실증 사업으로, 신기술이나 신산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시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 방식이 적용된다. 실증을 통해 사업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사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거나 법령 개정까지 이어진다.
부산은 그동안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의료,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5건의 법령 개정을 이끌어냈다. 부산시에 따르면 특구를 통해 매출 420억 원, 특허 출원·등록 67건, 투자 128억 원, 고용 377명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실증 사업 참여 기업들은 현재 축적된 기술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가 조성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블록체인 기업 입주 공간에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사업화 가능성 확인 사례 ‘속속’
세종디엑스는 일반 투자자도 부동산에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조각투자 플랫폼을 개발했다. 실제로 부산의 상업용 건물 등 2곳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조각투자는 부동산·미술품·음원 저작권 등 고가 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의 지분으로 나눠 투자하고, 수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으로, 금융시장 혁신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에이아이플랫폼은 개인 동의를 기반으로 가명 처리한 진료 정보 등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제공한 개인에게 수익 일부를 환원하는 비대면 서비스를 구축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해 보험사나 제약회사 등에 판매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 정보를 앱으로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수집한 의료 정보를 보험사 등에 판매하기도 했다.
부산항만공사와 스마트엠투엠은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 해운·항만 물류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인 ‘포트아이(Port-i)’를 개발해 올해 부산항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은 9개 민간 운영사가 각기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 정보 공유에 비효율이 컸지만, 해당 플랫폼을 통해 선사-터미널-운송사 간 데이터를 통합했다. 실증 결과 물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세계 최초 상용화와 해외 항만과의 데이터 연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부산에 특화된 항만·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항만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시 관계자는 “인천과 대구 등도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며 “특구는 길어야 4~5년간 지정되는데, 부산은 9년 동안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있다. 정부가 부산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중심지로 ‘날갯짓’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통한 실증 사업과 정책적 노력은 부산이 국내 최초의 조각투자 유통 전담 거래소를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와 부산은행,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비단) 등 지역 금융기관들이 참여한 KDX 컨소시엄은 최근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본인가 이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와 본사를 부산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산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부산의 금융기관들과 연계해 디지털 자산 금융, 블록체인 기반 증권, 토큰화 금융상품 등의 분야에서 차세대 금융 생태계 구축에 나설 수 있는 확장성과 기회도 얻었다.
업계에서는 부산이 그동안 산업 역량을 충분히 축적해왔고, 블록체인 중심 도시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도 성공한 만큼,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부산이 블록체인 상용화 도시와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는 산업 인프라 확충과 기업 유치 공간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정부 공모 사업을 통해 선박·항만·관광 등 지역 특화 산업과 결합한 블록체인 기반 상품과 서비스 개발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종디엑스 박효진 대표는 “예산 지원 부처와 규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된 구조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줄이고, 특구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합 지원 체계와 같은 정책적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