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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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배우

이재용 배우. 필자 제공 이재용 배우. 필자 제공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의 필모그래피를 수놓은 작품은 애증으로 점철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난히 도드라진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다. 처음 영화로 이 작품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한없이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로 포장돼야 할 것만 같던 예수 이야기가 예상을 아득히 비껴간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퓨전이다 크로스오버다 하는 장르적 혼합이 낯설지 않지만, 여러 면에서 사회가 경직돼 있던 시절 이 작품의 감독 노먼 주이슨은 성서의 재해석과 장르 파괴를 무기로 앞세운다. 사막에서 스승을 배신한 유다가 탱크에 쫓기는 장면으로 죄의식을 표현한다거나 은빛 철모를 쓰고 기관총을 휴대한 군인들이 예수를 체포하는 장면은 새로운 시도를 넘어선 파격의 쾌감을 선물한다. 이런 해석은 팀 라이스(작사),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 원작의 뮤지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작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일주일을 다룬다. 예수가 전하는 새로운 복음에 구원의 희망을 걸고 그를 추종하던 대중의 맹목적 광기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로마로부터 유대 민족의 독립을 꿈꾸던 시온주의자들에게 예수는 혁명가로 비치진 않았을까? 작품은 이러한 의문으로 당시의 사건을 조명한다. 거기에 신성을 걷어낸 예수의 인간적 면모까지 드러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음악 장르 중에서도 록 음악을 뼈대로 한다. 물론 클래식적 요소와 팝 발라드도 한몫하지만, 서곡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심장을 두드리는 건 역시 록 음악이다. 모든 대사가 멜로디가 붙은 아리아로 처리돼 있기에 수많은 뮤지컬 레퍼토리 가운데도 록 오페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작품이 출현하던 1970년대만 해도 서구의 보수 기독교적 가치관 안에서 록 음악은 악마의 음악으로 취급되던 점을 고려할 때 예수를 인간의 품으로 돌려주고 싶었던 원작자의 욕망이 읽히기도 한다.

이재용 배우가 '내 인생의 원픽'으로 꼽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공연을 다룬 1988년 12월 13일 자 <부산일보> 9면 기사. 이재용 배우가 '내 인생의 원픽'으로 꼽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공연을 다룬 1988년 12월 13일 자 <부산일보> 9면 기사.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개·폐막식 공동 연출자인 고 유경환 감독과 뮤지컬계의 대모인 윤복희 선배와의 인연이 이 작품을 통해 맺어졌다. 이따금 삶이 힘겨울 때 이 작품의 서곡을 듣는다. 전주를 듣는 순간부터 소름이 올라오며 심장박동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100년쯤 거뜬히 살아낼 것 같다. 이 작품이 최애이자 ‘원픽’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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