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도 내는 글로벌허브특별법, 이럴 걸 지금껏 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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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이후 줄곧 변질·좌절 겪어온 법
국회 통과 놓고 표 계산만 하면 역풍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강원·제주·전북 등 3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지방 특별법을 심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강원·제주·전북 등 3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지방 특별법을 심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역 시장의 삭발 사태까지 부른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글로벌법) 국회 통과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며칠 전까지 국회 소위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던 여권이 24일 갑자기 소위에서 안건 처리를 해서다. 여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국회 우선 처리 방침까지 밝혔다. 이대로라면 글로벌법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국회에서 줄곧 외면만 당하던 글로벌법의 통과는 반가운 일이지만 글로벌법을 두고 벌어진 그간의 행태들은 부산 시민들로서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지방선거 코앞까지 떠밀린 부분도 뒷맛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행안위 소위에서 글로벌법 안건을 처리했다. 안건 상정조차 아예 외면하면서 현역 시장의 삭발 사태까지 불렀던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보면 놀라울 정도의 태세 전환이다. 민주당은 그 과정에서 법안을 공동 대표발의한 전재수 의원 요청에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조속히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까지 보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글로벌법 처리 과정에서 현역 시장에겐 ‘무능’ 이미지를, 여당 유력 시장후보에겐 ‘실행력’ 이미지를 씌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민들은 특별법 통과 하나를 놓고도 기표를 위한 해석에 골몰해야 할 판이 됐다.

2024년 5월 발의된 글로벌법은 부산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공동발의하고도 2년 동안 국회 문턱을 조금도 넘지 못 했다. 국회에서 외면만 당한 것이 아니라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한 번 폐기된 뒤 22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되면서 법안 문구까지 개악됐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21대 발의 땐 ‘한다’라는 기속행위가 법안 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22대 발의 내용에선 문구가 ‘할 수 있다’는 재량행위로 대거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률상 기속행위로 정해 놓은 경우에도 예산 불비 등의 이유로 시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점을 감안하면 재량행위로 바꾼 것은 ‘하지 않겠다’는 뜻의 완곡한 표현으로까지 읽혔다.

우여곡절 끝에라도 글로벌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대표적인 지역 특화 특별법으로서 부산을 물류·금융·디지털 첨단산업의 국제 허브로 조성하기 위한 규제특례·재정지원·거버넌스 체계를 일괄적으로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유력 시장후보가 나서자 일사천리로 바뀌는 여권 당 지도부의 태도를 접하면 ‘이럴 걸 지금까지 왜 끌었나’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솔직한 심정이다. 글로벌법만 국회를 통과하면 부산시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일하다. 글로벌법이 발의 이후 어떻게 변질되고 좌절됐는지를 시민들은 너무나 똑똑히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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