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행정통합 공론화 첫발부터 삐걱… ‘객관성’ 도마 위
부울경 행정통합 시민 여론 수렴
시장 이사장인 울산연구원이 전담
“집행부 입맛 맞추기” 비판 제기
시 “독립적 의사결정 보장할 것”
울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의 부울경 행정통합 참여 여부의 향방을 가를 시민 여론 수렴 과정을 울산연구원이 맡게 되면서 첫발부터 객관성 논란에 휩싸였다. 연구원 이사장직을 울산시장이 겸임하고 있어 시장의 입김을 배제한 중립적인 결과물이 도출될지 의문이 나온다. 그동안 김두겸 울산시장이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권한 이양이 전제되지 않는 통합은 울산에 손해”라며 조건부 신중론을 펴온 만큼 여론조사 역시 이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울산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오는 6월께 행정통합 추진 여부를 논의할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는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위원회 운영 등에 필요한 예산 1억 5000만 원을 확보했다. 공론화의 핵심인 의견 수렴 용역은 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출연기관인 울산연구원이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가 출연하는 기관이 조사를 전담하게 되면 표본 설계나 설문 문항 확정 등에 시장의 편향성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손명희 울산시의원은 “시장이 이사장을 맡은 기관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넘기면 집행부가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객관성 담보를 위해 공신력 있는 제3의 외부 독립 기관에 위탁하거나 의회, 시민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여론조사의 생명인 설문 문항 설계 단계부터 시의 입맛에 맞춘 ‘유도성 질문’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찬반 여부를 묻는 객관적인 조사가 아닌 특정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학술 용역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 논의 타이밍에 관한 위기감도 팽배하다. 부산(55%)과 경남(56.7%)은 이미 찬성 여론이 과반을 넘긴 상태다. 울산이 뒤늦게 출발해 향후 논의에 합류하더라도 협상력을 상실한 채 통합 후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돈다.
울산시는 조사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설문 문항 구성과 표본 설계 등 핵심 과정은 연구원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 전문가로 꾸려질 공론화위원회에서 심의하고 확정하기 때문에 편향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타 지자체 역시 행정통합 논의 시 해당 지역 연구원과 협업해 기초 자료를 수집한 만큼 통상적인 절차라는 점도 강조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위원회에 각계 전문가와 시의원 등을 포함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울산연구원은 지역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전문성을 고려한 조치로 부산·경남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울산만의 독자적인 공론화 과정을 밟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의 일방적인 해명만으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더구나 울산연구원은 과거에도 객관성 결여가 의심되는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역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연구원은 과거 단체장이 교체되자마자 부울경 통합 찬성 입장을 뒤집고 반대 결과를 낸 전례가 있다”며 “지방정부의 방향성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 곳인 만큼 이번 여론조사도 집행부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