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배, 선박식별장치 끄고 호르무즈 통과…“목숨을 건 도박” 비판도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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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후 그리스 10척 중국 2척 등 통과
그리스 선박 선주 “엄청난 위험이었다”
이란, 호르무즈 일대 공격에 16척 피해

3월 11일, 이란과의 국경 근처 라스 알 카이마 북부에서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걸프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11일, 이란과의 국경 근처 라스 알 카이마 북부에서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걸프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채 각국 유조선이 고립된 와중에 그리스 등 일부 국가 선박들이 피격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로이터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그리스 선적의 배 최소 10척과 중국 회사 소속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한 그리스 선박의 선주는 “엄청난 위험이었다.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위험이 큰 사업이다”고 말했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자신들의 위치를 숨기거나 야밤에 운항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무리한 항해를 선주들이 감행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 발발 후 물류 운송료가 천정부지로 오른 것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주들은 전쟁으로 보험료와 선원 임금이 막대한 수준이지만 위험천만한 항해를 한 번만 성공해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박 중개업체 자료를 보면 유조선 소유주의 일일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현재 일부 선박 소유주는 용선료로 하루에 50만 달러(약 7억 5000만원)를 받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곳의 선박 운항을 장려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이는 선원들 목숨을 건 도박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한다.

실제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있는 선박을 향해 미사일, 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16척의 선박이 피해를 봤다.

이에 더해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이곳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분쟁 당시 미사일 공격에도 이 지역에서 원유를 선적하고 수송해 막대한 돈을 벌었던 사례가 있다면서도 최근 상황이 ‘그 이후에 나온 대담한 항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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