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허브 넘어 예술·시민·산업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 구축”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문화재단, 향후 10년 문화정책 방향 제시
공진·전환·연결 3대 가치로 ‘비전 2035’ 선언
궁리정담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 모색
전문가들 ‘연결·참여·확장’ 키워드 의미 해석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사진은 오재환 대표이사의 '글로컬 해양문화도시 발전을 위한 부산문화재단 2035'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사진은 오재환 대표이사의 '글로컬 해양문화도시 발전을 위한 부산문화재단 2035'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오재환)이 ‘비전 2035’를 통해 단순한 문화 ‘허브’(Hub)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원과 사람, 예술을 유기적으로 잇는 ‘플랫폼’형 기관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번 비전은 재단 내부 태스크포스(TF)와 외부 위원회의 7~8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수립됐으며, 향후 10년간의 문화정책 방향과 목표인 셈이다.

지난달 29일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열린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에서 오재환 대표이사는 “2026년은 재단의 새로운 원년으로, 그간의 10년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10년의 변화를 준비하는 시점”이라며 “부산을 글로벌 문화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전 2035’는 △모두의 예술 △일상의 문화로 물결치는 글로컬 문화도시 부산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다. 재단의 세 가지 핵심 가치는 ‘공진·전환·연결’로 설정됐다. 이는 예술과 시민의 동행, 예술과 산업의 융합, 그리고 지역·국제 간의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담는다. 그는 또 “부산은 해양성과 예술성을 품은 열린 문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며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진(共進)의 미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희 판소리 명창의 축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박성희 판소리 명창의 축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종합토론 모습. 사진 왼쪽부터 정종은 부산대 교수, 김민경 부산연구원 박사, 좌장을 맡은 우동준 작가, 송교성 문화예술협동종합 플랜비 대표. 부산문화재단 제공 종합토론 모습. 사진 왼쪽부터 정종은 부산대 교수, 김민경 부산연구원 박사, 좌장을 맡은 우동준 작가, 송교성 문화예술협동종합 플랜비 대표. 부산문화재단 제공

오 대표이사 발제 후 종합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재단의 향후 방향을 두고 ‘연결·참여·확장’을 키워드로 그 의미를 해석했다. 정종은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부산문화재단이 문화 허브를 넘어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은 지역 문화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플랫폼을 ‘연결이 일어나고 시민 참여가 지속 생산되는 공간’으로 규정하며, 창작 지원을 넘어 유통 확대, 시민 일상문화 활성화, 기관 정체성 재정비 등 네 가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또 “좋은 비전은 스토리텔링을 품어야 한다”며 부산의 역사성과 장소성, 정체성을 담은 문화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민경 부산연구원 박사는 실행 전략의 핵심으로 ‘파트너십의 확장’을 꼽았다. “문화 영역 내부 협력에 머물지 말고, 창업·항만·대학 등 비문화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넓힐 때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과의 격차를 좁히는 제2도시론을 넘어, 부산만의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정체성을 세계로 발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화예술협동조합 플랜비의 송교성 대표는 ‘해양 문화 플랫폼’ 구상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부산항 문화재단 설립, 기초 문화재단과의 협력, 해양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 그리고 조선통신사 정신을 잇는 ‘신조선통신사’로 명명한 동아시아 문화 교류”를 4대 실행 방안으로 제안하며, “부산의 바다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정체성과 생태, 교류의 무대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논의에서는 창작 지원의 사후 유통 체계, 시민과 관객의 접점 확대, 문화 데이터 활용 체계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김 박사는 “문화재단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시민과 예술가가 만날 수 있는 중개자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서울을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50년이 걸려도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부산은 해양 중심의 ‘B-문화’(B Culture) 시각으로 새로운 미답지를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직원 한 명 한 명이 ‘커넥터 전문가’로서 공급자와 향유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객석에서도 현실적인 제안이 잇따랐다. (주)리멘 성현무 대표는 “지역 청년 기획자와 민간 기획사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절실하다”며 매개자 생태계의 강화를 요청했다. 가치아트(GachiART) 김정주 대표는 “시니어와 시민 참여형 예술단의 정책적 방향이 더 구체화되길 바란다”고 물었다. 또 ‘부산항 문화재단’을 통한 동아시아 해양도시 네트워크 구축, 서울 스타트업과의 협업 방향, 예술가 의견 반영 여부, 그리고 광역·기초재단 간 연계 기반의 환동해권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에 부산문화재단 오 대표이사는 “창작자 중심 지원을 넘어 기획자 역량 강화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시민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도 확대하겠다”며 “지속 운영 가능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 내부 전문성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은 문화재단의 새로운 비전이 단순한 계획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전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플랫폼의 성공은 하드웨어가 아닌 ‘운영의 묘’에 달려 있다”며, 시민·예술인·행정이 함께 만드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정신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사진은 구모룡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의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은 1월 29일 오후 부산 중구 한성1918 B-컬처 플라자 청자홀에서 ‘글로컬 해양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2026년 제1회 궁리정담을 열고 있다. 사진은 구모룡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의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구모룡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의 '글로컬 해양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길'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구모룡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의 '글로컬 해양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길' 주제발표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종합토론에 앞서 ‘글로컬 해양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길’ 주제발표에 나선 구모룡 한국해양대 명예교수는 부산을 “해양이 도시 문화를 규정하는 지배소”로 규정하며, “서울 중심의 국가 시각을 넘어 해역의 수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역사를 초량왜관을 통한 동아시아 지중해 교역(제1개항기), 한국전쟁을 계기로 태평양과 접속한 근대화 시기(제2개항기), 세계화 이후 글로컬 해양도시로의 전환기(제3개항기)로 설명했다. 부산 문화의 핵심을 ‘해양 모더니티’로 보며, 혼종성·개방성·네트워크성을 자산으로 삼아 물류 중심 항만을 넘어 대양 네트워크 도시, 글로벌 해양 허브, 다문화 오픈시티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