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실화, 올해는 비화" 변화하는 산불
작년 1월 실화 인한 산불 21건
올해 3건 그쳐… 홍보 등 영향
강추위에 외부 활동 줄어들며
건축물 비화 화재는 대폭 증가
지난 22일 진주시 집현면 대암리의 한 농막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번지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며 부울경에서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올해는 특히 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한 실화는 줄어든 반면, 건물 화재 이후 산불로 옮겨붙는 비화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산불 발생 건수는 36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건과 비교해 18.2% 줄었다. 그러나 부울경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1월 2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10건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 27일 오후 5시를 기해 부울경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국가위기경보 4단계 체계 도입 이후 1월에 ‘경계’ 단계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울경의 지자체마다 산불 방지를 위한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경남도의 경우 산불 취약지에 감시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공무원 책임 구역 순찰을 주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한 산림과 그 인접 지역에서의 불놓기 허가를 전면 중지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윤경식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영농부산물 소각 금지 등 도민들의 적극적인 산불 예방 동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산불 발생 원인이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산불 대부분이 개인 과실로 발생한 실화가 대부분이었다. 전국 발생량 44건 중 원인 불명이나 기타 사례 18건을 제외하면 쓰레기 소각 7건, 논·밭두렁 소각 5건, 담뱃불 실화 5건, 입산자 실화 4건 등 실화가 21건이나 발생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원인 불명이나 기타 사례가 25건이지만 실화는 쓰레기 소각 2건, 입산자 실화 1건 등 단 3건에 그쳤다. 지난해 실화로 인한 산불 발생이 잇따랐고 이에 대한 홍보와 처벌이 대폭 강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실화가 줄어든 사이 건축물 화재가 산불로 번지는 비화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전국적으로 5건, 전체 11.4%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8건, 비중이 22.2%까지 올랐다. 특히 부울경은 지난해 1월 건축물 화재로 인한 비화가 한 건도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2건이나 발생한 상태다.
이처럼 건축물 화재로 인한 산불이 늘고 있는 것은 날씨 영향이 크다. 이달 들어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면서 실내 활동이 늘고 있는 데다 전열 기구 사용량도 급증했다. 또한 난방비로 인한 부담에 화목보일러 사용량도 늘었다.
여기에 건조한 날씨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울경 올해 1월 누적 강수량은 0.2mm로, 10년간 평균치인 35.8mm 대비 0.56%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습도 역시 올해 39.9%로 예년 55.6%보다 15.7% 낮아졌다. 이에 1월부터 동해안 지역에 발효됐던 건조특보는 내륙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한희영 산림재난예측분석센터장은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열 기구나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고 화목보일러 사용도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가 너무 건조해 산림도 메말라 있는데 이로 인해 최근 건축물 화재로 인한 비화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난방이나 전열 기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