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쌓는 수도권… 지방 아파트 14채 팔아도 서울 한 채 못 산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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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부동산 ‘초초양극화’

전국 1·5분위 평균 가격차 14배
1년 새 송파 아파트값 22% 급등
부산·대구·대전·광주 되레 하락
무리한 대출 부추겨 서민 직격탄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평균 가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 롯데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김종진 기자 kjj1761@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평균 가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 롯데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김종진 기자 kjj1761@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나 ‘한강 벨트’의 집값이 과열되며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똘똘한 한 채’를 앞세워 쌓아 올린 그들만의 철옹성에서 아파트 가격은 규제에 아랑곳 않고 널뛰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 아파트 14채를 팔아도 서울 핵심 지역 1채를 사지 못하는 상황에 진입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평균 가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4.45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21년 7~12월 12.70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한동안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했고, 올해도 계속 상하위 간 격차를 벌려 왔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상위와 하위 가격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9292만 원인 반면 상위 20%의 평균 가격은 13억 4296만 원에 달했다. 지방 저가 아파트 14채를 합쳐야 서울이나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격차의 주범은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잡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와 한강 벨트의 독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98% 상승하며 전국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다.

특히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는 22.52%나 상승하며 서울에서도 독보적인 기세를 자랑했다. 뒤를 이어 성동구(18.75%), 서초구(15.26%), 강남구(14.67%), 마포구(14.22%) 등이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였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고, 10·15 대책 등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적 수단들이 동원됐음에도 서울 핵심 지역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비수도권의 1년 누적 집값 변동률은 대체로 초라했다. 울산(1.96%)과 세종(1.89%), 전북(1.69%), 충북(0.32%)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도시는 전년 대비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 부산의 경우 가을부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등을 중심으로 상승 기류를 탔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집값 상승률이 -1.11%에 머물렀다. 주요 도시 중에서는 대구(-3.82%)의 낙폭이 컸고 제주(-2.17%), 대전(-2.14%), 광주(-1.94%) 등도 하락했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작년 아파트 시장은 양극화 중에서도 ‘초양극화’에 해당한다”며 “서울에서도 압구정과 잠실 등 가장 인기 있는 곳의 가격이 빠르게 올라 주변으로 상승세가 퍼지고 이어 한강 벨트로 확산하면서 전체적인 격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동의대 부동산개발경영학과 오윤경 교수는 “5분위 배율로 대표되는 부동산 양극화 지표는 시장 하락기 때보다 상승기 때 더욱 벌어진다”며 “전국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화하겠지만, 상승기에 진입하는 부산 내 양극화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상급지 소수 아파트만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면, ‘벼락 거지’가 되는 걸 두려워 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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