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 선생 정신 기린다” 남성당 교육관 개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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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른’ 김장하 선생 기려
나눔·베풂 공간…진주정신도
진주성 등 연계…활성화 기대

24일 진주시 중앙동 옛 남성당 한약방 건물에서 ‘진주 남성당 교육관’ 개관식이 열렸다. 김현우 기자 24일 진주시 중앙동 옛 남성당 한약방 건물에서 ‘진주 남성당 교육관’ 개관식이 열렸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지역 사회의 든든한 후원처이자 ‘지역의 큰 어른’ 김장하 선생이 운영한 남성당한약방 건물이 교육관으로 재탄생했다. 김장하 선생의 나눔·베풂 정신과 진주정신을 알리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진주시에 따르면 이날 진주시 중앙동 옛 남성당 한약방 건물에서 ‘진주 남성당 교육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날 개관식에는 조규일 시장과 김장하 선생을 비롯해 백승흥 진주시의회 의장,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등 남성당 교육관 조성에 도움을 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해 새로운 시민 문화·교육 공간의 개관을 알렸다.

남성당한약방은 지역의 큰 어른 김장하 선생이 평생을 일궈온 터전이다. 김 선생은 1963년 사천시 용현면에 첫 한약방을 열었고 10년 뒤인 1973년 진주로 자리를 옮겨 남성당한약방을 개업했다. 질 좋은 한약을 저렴하게 팔아 한약방은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 선생은 한약방 수입 대부분을 자신이 아닌 지역사회 후원에 썼다. 1984년 사비를 들여 진주 명신고를 만들었고 1991년 아무런 조건 없이 학교를 국가에 헌납했으며 해마다 15명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전달했다. 진주신문을 만들어 시민 알 권리를 충족시켰고 여러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의 역사.문화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 이바지했다.

꾸준히 선행을 이어온 선생이지만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본인은 한평생 자가용 한 번 사질 않았고 한약방에서 집까지 걸어 다녔다. 해외여행이라고는 2005년 헤어진 형을 찾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게 전부다. 자신의 신념이자 철학인 “돈은 똥과 같다.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돈도 주변에 나누면 사회에 꽃이 핀다”를 실천했다.

조규일 시장과 김장하 선생이 교육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조규일 시장과 김장하 선생이 교육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남성당한약방은 김장하 선생의 건강 문제와 시대 변화로 2022년 5월 폐업했다. 이에 진주시는 선생의 이 같은 나눔·베풂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약방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께 선생에게 건물 매입을 허락받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총사업비 22억 원이 투입된 ‘남성당 교육관’은 연면적 391㎡,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됐다. 김 선생이 48년간 몸담았던 ‘남성당 한약방’의 역사·문화적 가치는 물론 진주에서 발원한 △걸인기생만세운동 △진주소년운동 △진주형평운동 등 진주정신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교육관 내부는 층별 주제에 따라 ‘추억공간–기록공간–이음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 ‘추억공간’은 남성당 한약방이 한창 운영되던 시기를 재구성해 시민들이 과거의 기억과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층 ‘기록공간’은 진주정신의 역사를 기록한 공간으로 진주에서 발원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시민 정신을 체계적으로 전시했다. 3층 ‘이음공간’은 오늘날 진주정신을 계승·확산하는 공간으로, 교육·체험·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열린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특히 교육관은 진주성, 호국마루와 함께 역사·문화 동선을 이룬다. 진주 원도심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진주의 정신과 역사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남성당 교육관은 진주 정신이 형성되고 이어져 온 과정을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남성당 한약방이 담고 있던 가치와 정신이 다음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질 수 있도록, 시민 누구나 찾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교육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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