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청와대 접수 꿈꿨나…통일교 회의서 드러난 ‘정치 야망’
한학자 재판서 고위 간부 회의록 공개
“2027년 대권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나”
경찰이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첫 강제수사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 로비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오른쪽)와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 사진이 걸려 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중이다. 연합뉴스
통일교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선 후보 지원을 넘어 국회의원 공천권 확보와 대통령실 진입까지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7년 대선 도전까지 바라보며 정치권에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공개되며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 정황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통일교인들이 청와대 진입과 국회의원 공천권 확보, 2027년 대권 도전까지 계획한 정황이 담겨 있어 통일교의 정치권 개입이 거대한 청사진 아래서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재판에서는 대선을 5개월 앞둔 2021년 10월 14일 윤 전 본부장 등 20여 명이 참석한 통일교 대륙회의 회의록에는 한 간부가 “우리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두번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일교에게) 국회의원 공천권을 줘야 한다”며 “내년 1, 2월 중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간부도 “국회의원 공천과 청와대 진출이 절대 쉽지 않지만 여기까지 가야 안착할 수 있다”며 “2027년까지 이렇게 가면 대권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특검팀은 해당 증거자료 속에서 엄윤형 통일교 세계본부 신통일한국처장에게 해당 계획의 지지 여부를 묻자, 엄 처장은 그 당시 이러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리더십 하에 이러한 계획들이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통일교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인들을 대규모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시도한 증거도 법정에서 제출되었다. 이 문건에는 약 1만 1000여 명의 교인이 당원으로 등록된 사실이 담겼다. 국민의힘 로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 처장은 윤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이 같은 일이 진행되었음을 인정했다.
재판에서는 또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과 윤영호 전 본부장 간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러한 대화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의 접촉 및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연결을 시도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윤 전 부회장은 대화를 통해 외교직 자리 및 공천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부회장은 2021년 12월 8일 “윤(석열)이 당선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면 된다. 미국 일본의 기반을 알려주면 영사나 대사도 가능하고 도움에 비례해 (국회의원) 공천 요구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통일교가 여야 정치권 로비를 넘어 청와대실 진입까지 꾀하며 명백하게 정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정황이 드러나며 통일교와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도 전방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