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둘러싼 고려아연 갈등 격화…가처분신청·고소 등 법정공방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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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MBK 측 이사 고소 "美투자 비밀 누출"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신청에 '맞불' 성격으로 풀이
유증 시 美 정부 10% 지분 확보, 최윤범 측 우군 기대
"경영권 방어 꼼수"vs"美정부 투자 방식일 뿐" 공방
"울산 등 국내 1.5조 투자" 국내사업 위축 우려 일축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계획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현 경영진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2인을 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은 반격으로 양쪽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영풍·MBK 가처분 신청, 고려아연 고소 '맞불'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고소장에는 지난 15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임시이사회에서 배포한 기밀 자료의 반납을 거부하고, 일부 언론에 제공한 정황이 담겼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들에게 설명자료의 외부 유출이 금지됐다는 점을 고지하고 이사회 종료 후 자료 회수를 요청했지만 김광일 부회장과 강성두 사장만 반납을 거부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고소장에 주장했다.

갈등의 불씨는 이틀 뒤인 17일부터 시작됐다. 일부 언론에 미국 제련소 건설에 대해 내부 이사회 배포자료에서만 밝힌 구체적 수치와 조건이 보도됐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근거로 피고소인 2인이 반출한 자료를 언론에 공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해당 자료의 일부 수치만 발췌·왜곡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고소장 제출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을 명분으로 한 유상증자가 미국 정부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경영권 우위를 점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오는 26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실시를 공시한 상황이어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르면 22일 나올 전망이다.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유상증자, 경영권 분쟁 '지각변동' 예고

지난 15일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미국 정부와 함께 11조 원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밝혀 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와 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미국 정부는 JV를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59%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어서 경영권 분쟁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영풍·MBK 지분은 44%대, 최윤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다 모아도 32%대에 그친다.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종료되는 내년 이후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26일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영풍·MBK 지분은 43%로 낮아지고,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 정부 지분을 합칠 경우 40%까지 올려 대등한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까지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 경영권 분쟁의 전세가 역전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고려아연 지분투자는 전략사업 강화를 위한 최근의 일관된 행보일 뿐 ‘백기사’ 등 최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은 억측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최근 6개월간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US스틸, 인텔, 웨스팅하우스 등 광물과 IT, 에너지 분야 기업의 지분이나 신주인수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는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을 가장 최선의 파트너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기술 개발을 통해 여러 가지 전략 광물을 생산하는 복합 제련소 모델을 발전시킨 결과”로 풀이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 국내 사업 위축 우려가 나오자 2029년까지 울산 등 국내 1조 5000억 원 규모 투자 계획도 밝혔다. 이번 투자는 전략광물 공장 신설을 비롯해 연구개발(R&D)부터 자원 순환, 환경, 안전 인프라 등 전방위 투자가 포함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와 한미 경제 안보 협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건립 투자와 투트랙으로 국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 투자. 연합뉴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 투자. 연합뉴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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