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굳건…직격탄 맞은 韓 제조업
미국향 수출 26% 감소에도
아프리카·중남미 수출 확대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부산일보DB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아세안·아프리카·중남미 등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예상 밖의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우리나라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3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 4월 미 관세 조치 이후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아세안·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은 12% 증가했다.
한은은 중국이 내수 부진과 규제 강화로 공급과잉이 발생한 품목을 해외로 저가에 수출하면서 우리 기업이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화학 등 주요 품목은 전 세계 수요를 크게 초과하고, 해당 품목의 수출단가도 하락했다.
철강·건설기계 부문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중국으로 인해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중국 내 수요 감소로 우리나라 철강·건설기계의 대중 수출이 부진을 겪고,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를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시장과 선진국·신흥국 시장 확대를 통해 세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등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로 원가 절감 효과까지 누리면서 다변화 전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 연구팀은 “앞으로 미·중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이 단기적으로 미국향 수출 감소를 완충하고, 중장기적으로 신흥시장 중심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경쟁력이 결합될 시 중국 제조업의 전 세계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며 “한국, 독일, 일본 등 기존 제조업 중심국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