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사법원 항소심 전담 재판부 해양수도 부산에 와야
1심 양립 비효율, 부산 항소 법정으로 해소
해양 클러스터 있는 곳에 해사사법 기틀을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부산과 인천에 각각 해사법원 본원을 두기로 여야가 잠정 합의함에 따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10년 숙원이 풀려 기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밀려온다. 단독이 아닌 관할 구역의 분산이 지역에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어서다. 대기업과 법무법인의 수도권 쏠림이 해사사법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치권은 항소심 재판부 신설 필요성을 외면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해사법원 유치 운동 초기부터 전문성을 갖춘 항소 법정을 요구했지만, 지역 이기주의로 비쳐져 묵살되기 일쑤였다. 해사사법 체계의 기틀은 해양수도에서 다져지는 게 순리다. 항소심 재판부가 부산에 와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금까지 해상 분쟁을 전담하는 법원이 없어 국내 기업들은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법원과 중재 기관에 의존해 왔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해마다 국외로 유출된 비용이 3000억 원 이상이다. 조선·해운 강국의 자부심이 무참한 대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박, 해상 사고, 국제 물류로 얽힌 송사를 다루는 데에 있어 전문성과 효율성이다. 부산 해양 관련 업계와 법조계,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항소심 단일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1심 법원은 양립 체제로 가더라도 항소심은 전문성을 갖춘 법관이 배치된 전담 재판부에 맡겨야 한다. 항소심 법원까지 수도권과 지역으로 분산되면 해사사법과 해양산업 모두 경쟁력이 저하된다.
부산에는 해사중재, 해상보험, 선박금융, 물류, 조선 등 법률 수요가 몰린 해양 클러스터가 움트고 있다. 해상 분쟁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 인력이 부산에서 육성되고, 집중돼야 산업과 사법의 연계가 이뤄지고, 국제적 신뢰와 위상도 확보할 수 있다. 27일 부울경 1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해사사법 체계의 중심은 해양 관련 기관과 기업, 연구개발 기능이 집중될 부산이어야 하므로, 항소 전담 재판부는 부산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는 부산·인천 양립 체제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반쪽짜리’ 해사법원이 ‘해양수도 부산’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출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해양수산부는 연내 부산에 이전하고, 부산을 거점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다. 국가 해양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해양 클러스터 조성도 본격화한다.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이 종국의 목표다. 이 상황에서 해사사법이 수도권 집중의 우려가 있는 방향으로 엇나가서는 안 된다. 1심 양립에서 발생할 비효율·중복의 우려도 부산에 전담 항소심 재판부를 두면 일정 정도 해소된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타협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선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의 원칙과 산업·사법의 시너지 효과를 기준으로 로드맵을 재설계해서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해사법원은 부산이 제안했고, 부산이 최적지이며, 부산이 준비돼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