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인재 풀 확보·우수 인력은 지역 거주… 채용 벽 사라진다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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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업과 인재 모두 ‘윈윈’

수도권·비수도권 실력 차 없어
거주지 고용 걸림돌 되지 않아
지자체가 인재·기업 연결 필요
실무 기반 지원 프로그램 효과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채용한 지역인재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부산시가 원격근무 채용과 연계하기 위해 진행하는 ‘디지털 노마드 외주 연계 교육 라이징 캠프’ 모습. 부산시 제공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채용한 지역인재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부산시가 원격근무 채용과 연계하기 위해 진행하는 ‘디지털 노마드 외주 연계 교육 라이징 캠프’ 모습. 부산시 제공

원격근무 형태로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거주지가 채용의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 접근 가능한 인재 풀이 확대됐고, 다양한 상황에 놓인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 재택근무 채용의 경우 숙련자 선호 경향이 있어, 지역에서 실무 교육 등을 강화해 채용 연계에 나서야 지역 채용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뽑고 보니 ‘지역 거주’… 실력 차 없다

지역 재택근무자를 채용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동등한 채용 절차를 거쳐 인재를 선발하기 때문에, 수도권·비수도권 근무자 간 실력 차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플러스’는 2021년부터 하이브리드 워크 제도를 시행, 현재까지도 재택과 내근을 병행하고 있다. 라인플러스에는 수도권 이외에도 부산과 제주, 강원도 등 수도권 외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도 있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개인 정보여서 지역에 근무 직원 수 등은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이브리드 제도를 활용하는 지역 거주 직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IT 기업의 인사 담당자도 “입사할 때 오피스 근무(내근)와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한다”며 “거주지는 큰 고려 사항이 아니며, 채용 후 거주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같은 기준으로 뽑기 때문에 거주지 간 실력 차는 없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5년 차 개발자 A 씨는 “우리 팀은 20명 정도인데 3~4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인데 부산에 살며 재택근무 하는 직원도 1명 있다”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재택근무자들도 내근을 하긴 하지만, 재택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많은 인재 접근 가능

기업들은 원격근무의 장점으로 넓은 인재 풀을 꼽는다. 최근 재택근무 형태로 부산 인재를 고용한 서울 본사 ‘렛츠커리어’의 송다예 대표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지역 인재 채용이다. 지난번 채용한 대구 재택근무자에 만족해 이번에도 지역 채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부산 원격근무자는 마케팅을 담당하며, 향후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 전략을 짜는 그로스 마케터 직무로 선발됐는데, 직무상 원격 근무가 가능했다. 송 대표는 “원격근무로 인턴 직원을 채용했는데 업무 능력이나 소통 등에서 크게 만족했고, 지역 인재 채용에 마음을 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 인재를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재택근무자도 경험이나 경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했다”며 “업무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기업들이 이런 채용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인재를 찾는 건 일이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인재와 기업을 연결해 주면, 기업 입장에서도 수고를 덜 수 있고 지역 인재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갖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선호 인력을 잡아라

특히 회사에 필요한 인재지만 개인 사정이나 선호 때문에 지역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인재를 붙잡는 데에도 원격근무가 유용하다.

수도권 대형 IT기업에 원격근무 형태로 일하며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니어 개발자 B 씨는 2022년 입사 후 부산에 거주한다. 고향이 부산인 A 씨는 대학 진학 때문에 고교 졸업 후 서울에 거주했지만, 부산에서 살기를 원했다. B 씨는 “복잡한 서울에는 살기 싫었다”며 “경기도로 이사를 갈까 생각해 봤는데, 그럴 거면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재택근무자 입장에서는 경기도나 부산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렇고, 동료들도 이러한 장점 때문에 회사를 옮기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역 재택근무자 채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무 능력이기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실무를 기반으로 한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채용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IT 관련 스타트업 채용 관계자는 “원격근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도권 기업에 지역 인재를 소개하는 것에 더해 기업의 인재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실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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