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대비’ 전기차 주차장 이전 ‘나 몰라라’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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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자체 중 동래구가 유일
내년도 본예산 1500만 원 편성
“지하 주차장 불에 취약해” 지적
대다수는 예산 부담에 미반영
전문가 “민간 아파트 우선순위”

서울시내 한 전기차 주차장.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전기차 주차장.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자 부산 기초지자체가 앞다퉈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지상으로 옮기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지원까지 나선 곳은 부산 동래구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구·군은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조례만 제정해놓은 채 실제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충전시설의 지상 이전과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실제로 지원하는 곳은 동래구청이 유일하다.

동래구청은 부산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했다. 총 1500만 원을 편성해 지하 전기차 전용주차장의 지상 이전과 소화설비·화재감지·경보설비 등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1곳당 최대 150만 원씩 10곳에 지원한다.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소화설비는 △상방향 살수장치 △이동식 수조 △질식소화포, 화재감지·경보설비는 △열화상 CCTV 카메라 △불꽃감지센서 등이 있다. 동래구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 특성과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구 자체 예산으로라도 시범적으로 화재 예방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장군은 올해 초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 사업 시행을 검토 중이다. 기장군은 동래구 사례를 참고해 실효성을 따져 예산 편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조례만 만들어놓고 예산 편성은 검토하지 않거나, 아예 조례조차 없는 곳도 많다.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만든 연제구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서구·북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도 잇달아 조례를 제정했지만 실제 사업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각 기초지자체는 여건에 맞춰 내년 이후 예산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하구·사상구·영도구·중구·부산진구·동구·강서구·금정구는 관련 조례조차 없다.

기초지자체들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담이다. 특히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경우 수요가 급증해 구 단위 예산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충전시설이 몰려 있는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우선순위로 지정하거나, 일정 수준의 자부담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동아대 경찰학과(소방방재) 임옥근 교수는 “구축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이전 사업을 적용해 위험을 줄이고, 신축의 경우 지하주차장을 피하기 어렵다면 소방안전·방재시설을 갖추는 방식으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하 전기차 주차장 이전 조례안을 최초 발의한 연제구의회 정홍숙 의원은 “전기차 화재는 여전히 빈번하고, 공동주택 지하 충전시설은 대형 화재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며 “조례가 제정된 만큼 재정을 핑계로 주민 안전을 외면해선 안 되며 단계적으로라도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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