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AI 남용’은 학생들의 성장 기회 빼앗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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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인 부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오늘날 전 세계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이 변하고 있으며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해 관련 예산을 크게 확대하고,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기반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에듀테크 연수를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이유다. 교사가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학생들의 학습 경험도 풍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서 수업의 중심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초등학생은 여러 교과를 경험하며 기본 개념을 익히고,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 디지털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도구가 어린 학생들에게 ‘고민하고 실수하며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술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이 그린 스케치를 전문가가 그린 것처럼 보정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단시간에 완성도 높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을 학생의 생각과 표현이 담긴 창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관찰과 시도, 표현의 경험은 사라지고 결과물만 남게 된다. 결국 누군가가 대신 그려준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

국어 수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만약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해 이어 쓰는 활동을 AI에게 맡기면 글은 빠르게 작성되고 문장도 매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은 학생의 사고력이나 표현 능력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어휘 선택, 문장 구성, 표현 방식 등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AI가 대신 완성해버리면 이러한 경험이 모두 사라진다.

교사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거나 수업을 더 편리하게 운영하려는 이유만으로 디지털 도구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교과의 성취기준과 학습목표 달성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혹은 학생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지는 않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을 얼마나 사용했는가’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얼마나 깊이 있게 지원했는가’를 사용 원칙으로 세울 때 기술은 비로소 교육의 진정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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