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산은 이전 대신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고래와 멸치 바꾸는 것"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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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동남권 투자공사 추진 연일 비판
“투자공사, 자금 조달·운용 비효율…적자 우려”
“편의주의적 시각 대신 지역 미래 위해 판단해야”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 DB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 DB

박형준 부산시장이 정부의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 추진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박 시장은 “동남권 투자공사를 산업은행 대체제로 제안한다는 건 고래와 참치 정도가 아니라 고래와 멸치를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 중인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계획에 빠진 적이 없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남부권 경제가 죽고 있으니 경제를 살리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 금융기관이 내려와서 적극적인 매개 역할을 해달라는 그런 요구로 진행된 것”이라고 산업은행 이전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 이전을 윤석열 정부가 하려고 하니까 당시 정쟁 구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해 지금까지 넘어왔다”며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여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거기에 대한 대안으로 동남권 투자은행을 공약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동남권 투자공사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은행과 투자공사가 다른 점은 은행은 수신 기능뿐 아니라 대출, 보증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안정성이 높고, 이 때문에 민간 자금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반면 투자공사는 초기 자금 조성 자체가 어렵고 규모도 작고, 대개 채권을 발행해 빚을 내 운용하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적자 가능성이 높아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투자공사를 산업은행 대체제로 제안한다는 것은 부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고래와 참치 정도가 아니라 고래와 멸치를 바꾸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전날 SNS에서도 정부의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을 비판한 바 있다.

진행자가 “은행으로 설립하면 금융당국 규제를 받아야 하고 공사로 설립하면 안정적인 재원 마련에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시장은 “공사도 은행에 준하는 자본 건전성 개별 규정이 다 있다. 또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특수 목적의 정책 금융기관들은 BIS(자기자본비율)라고 하는 준비 금액 비율을 낮출 수가 있다”며 투자은행 설립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남권 투자은행을 만드는 것이 투자공사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은행은 공사보다 규모와 성격 면에서 훨씬 강한 기능을 갖춘 기관이기 때문에 투자은행보다 편의적으로 투자공사를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저는 이게 일종의 사탕발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지역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해야지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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