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통 가격 3만 원 ‘육박’ 폭염에 장바구니 물가 ‘비상등’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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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 농작물 생육 영향
1주 전보다 배추 27.4% 올라
가축 폐사 급증… 닭고기 값 상승
광어·우럭도 가격 오르기 시작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민 횟감’ 광어와 우럭의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한 대형마트 생선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민 횟감’ 광어와 우럭의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한 대형마트 생선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올여름 무더위가 유례없이 일찍 찾아왔고 폭염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른 폭염이 채소와 과일류 생육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미 수박·배추 등 몇몇 품목 가격이 급등했다. 고수온 영향을 받아 광어·우럭 등 국민 횟감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고 축산물 가격도 불안 조짐이다. 다만, 전체 소비자물가는 안정적이다. 이른 폭염이 과일·채소류 등에 타격을 가해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일명 ‘히트 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소매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개당 2만 9115원으로, 거의 3만 원에 이르렀다.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36.5% 비싸고, 1주일 전보다는 22.5% 올랐다.

유통업계는 무더위가 생육에 영향을 미쳐 수박 당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기준치 이상의 물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현재 배추와 무 1개의 소매가격은 각각 4309원, 2313원이다. 최근 1주일 새 배추는 27.4%, 무는 15.9% 가격이 올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으로 배추와 무 생육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란값도 강세다. 지난 11일 계란(특란) 30개 소매 가격은 평균 7162원으로, 1년 전보다 5.9% 올랐다.

문제는 가축 폐사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지난 10일 하루만 해도 가축 7만 8630마리가 폐사했다. 닭 등 가금류가 7만 7535마리, 돼지 1095마리였다.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폐사한 누적 가축 수는 60만 4636마리로, 작년 동기(5만 3238마리)보다 11배 많다. 돼지 2만 863마리 , 닭 등 가금류 58만 3773마리였다.

이 때문에 닭고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현재 닭고기 소매 가격은 kg당 6070원으로 1년 전 수준이지만, 한 달 전보다 11%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닭들이 폐사하고 있고 오는 20일 초복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세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수온으로 대규모 폐사가 발생한 바다도 문제다. 6월 광어 도매가격은 kg당 1만 9300원으로 14.0%, 우럭은 1만 6125원으로 41.8% 각각 올랐다. 아직 고수온 영향이 본격화화지 않았는 데도 많이 오른 것이다.

우럭은 지난해 대량 폐사로 올해는 작년보다 양식 물량이 적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7월과 8월 우럭 도매가격 상승률은 17.0%와 19.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어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고등어는 수온 상승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 지난 11일 소비자가격이 마리당 4778원으로, 30.2% 올랐다.

외식 물가 급등으로 집밥을 해 먹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상반기 대형마트에서 한우가 매출 1~2위에 올랐다. 롯데마트는 한우가 돈육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이마트는 2위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새 돼지고기와 한우를 식당에서 사 먹으려면 지출이 워낙 커 마트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폭염이 심했던 때는 어김없이 채소·과일류 물가가 불안했다. 2018년은 폭염일(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역대 가장 많은 31일이었는데 당시 상추 가격 상승률은 9월 44.3%, 미나리 54.8% 등 가을철 접어들어 계속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도 채소 물가상승률은 9월 11.5%, 10월 15.6% 등으로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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