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디지털 자산, 정책 변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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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대선서 여야 후보 핵심 과제로 제시
국가 전략 자산 인식 전환점 마련돼
STO 합법화 등 제도화 움직임 본격화

부산, 디지털 실험지 위상 확보 기회
중앙정부와 협력, 경쟁력 강화 필요
‘민간과 파트너십’ 두바이 사례 주목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은 정치적 의미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이 꽃피우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 대한 대선 주요 후보들의 긍정적 태도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디지털 자산 관련 공약을 핵심 어젠다로 제시한 것은 가상자산이 더 이상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경제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금융, 산업, 기술, 국제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는 전환점임을 의미하며, 향후 수년간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트럼프 정부 시기의 정책 변화와도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디지털 자산 시장은 법적 불확실성과 정책 공백 속에서 과세, 투자자 보호, 거래소 규제 등의 문제로 혼란을 겪어왔다.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 부재는 지역 단위의 실험과 성과 확산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STO(증권형 토큰) 합법화,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 커스터디(수탁 서비스)와 같은 인프라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향후 디지털 자산 산업이 기존 금융과 병행 가능한 제도권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는 지난 정부까지의 투자자 보호와 투기 억제 중심의 수동적 관리 정책을 넘어, 정치권이 Web3, 탈중앙화, 디지털 주권 등 차세대 산업구조 전환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은 기존에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산업 유치나 제도적 실험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원인은 실증사업 중심의 국지적 시범 운영, 중앙정부와의 협력 부족, 글로벌 플레이어 유치의 한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가 디지털 자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산이 다시 한번 제도 실험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기회가 마련됐다.

부산이 이러한 정치적 전환점을 실질적 이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적 규제 유예에 그치는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디지털 자산 특구법’과 같은 과감한 입법 조치를 통해 보다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제도 환경이 구축되도록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블록체인 기술 테스트가 아닌, 커스터디, OTC(장외거래), 토큰화 자산 유통 등 실제 산업 수요가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수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디지털 자산 기업 및 금융사 유치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특히 중동, 동남아, 유럽 지역과의 투자 유치 및 협업은 부산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동시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부산은 제도적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민간 중심의 저변 확대를 위한 실질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에 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례 콘퍼런스, 글로벌 해커톤, 대학 및 스타트업 대상의 창업 경진대회 등 다양한 공개 행사를 적극 유치하거나 자체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신진 인재와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동의 두바이를 들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일곱 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2022년 가상자산규제청(VARA)을 설립하고, 디지털 자산 전담 규제 체계를 마련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기업들의 본사 및 운영 거점 유치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바이낸스, 크라켄, OKX 등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두바이에 진출했고, 다양한 디지털 자산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제도화된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하고 있다. 또한 두바이는 디지털 자산 콘퍼런스와 전시회,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며, 국제적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두바이의 접근은 규제 명확성, 정책 일관성,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결합한 전략으로 평가 받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을 계기로 디지털 자산이 정치적, 제도적 공론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은 환영할 만한 변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약이 단순한 선거 전략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제화와 행정적 실천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에게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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