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불출마 선언, 김동연도 시사… 민주당 경선 첫걸음부터 삐걱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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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룰 불만에 ‘반쪽짜리 레이스’ 우려

이재명, AI기업 찾아 ‘유능한 후보’ 부각
김동연·김경수는 각각 ‘청년’ ‘정통성’ 강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회사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회사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14일 공식 출발과 함께 암초를 만났다.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김두관 전 의원이 이날 경선 룰에 반발해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같은 이유로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반쪽 경선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재명 전 대표는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성장 행보로 레이스를 시작하며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강조했다. 경선 불출마 가능성을 남겨둔 김 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각각 청년과 당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전 의원은 14일 오전 SNS를 통해 경선 거부를 선언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배제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2002년보다도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후보들과의 협의 없이 불가 처리된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의원은 “신천지가 두렵고 전광훈이 무서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겠나. 차라리 명단에 오른 사람은 참정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는 게 솔직한 선택 아니냐”며 이번 경선이 특정 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최근 당 경선 룰을 둘러싼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칙과 전통이 파괴됐고 후보자 간 협의도 없었다”며 “당 중앙위원회 표결 결과에 따라 향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 캠프 안팎에선 경선 참여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김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김 지사의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당내 경선 구도는 요동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정책 경쟁보다는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경선 판이 짜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1강 체제가 공고해질수록 경선의 긴장감은 줄어들고,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력 경쟁자들의 이탈과 내부 반발이 계속될 경우, 이번 경선이 정당성과 다양성을 상실한 ‘반쪽짜리 레이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첫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증액하고,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어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서울에 위치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며, ‘유능한 후보’ 이미지를 부각했다. ‘퓨리오사AI’는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노선을 택한 대표적 한국 AI 스타트업이다.

이 전 대표는 “퓨리오사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가 공동체가 AI 사회에 대비해 어떤 역할을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칩을 직접 들어보며 관심을 드러내고, 편안한 복장에 농담도 건네는 등 현장 친화적 면모도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오후 청년들과의 ‘공감 콘서트’를 통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2일 미국 관세 대응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첫 일정이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지사는 청년층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세종에서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경남 봉하마을과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잇달아 소화했다. 세 정권을 관통한 ‘민주정부의 적자’ 이미지를 내세우며, 정통성과 계보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김 전 지사 측은 “3대 민주 정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과 연대의 새 정부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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