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책임 가능성 국토부의 사고 원인 ‘셀프 조사’ 논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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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출신, 사고조사위 위원장 맡아
로컬라이저 등 원인 규명 한계 불가피
유족들 “제 식구 감싸기로 변질될 수도”
경찰, 전방위 압색 후 압수물 분석 시작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9일째,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원인 규명의 단서가 될 기체 잔해를 분류하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경찰 조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참사에 일부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가 원인 조사에 나선다는 ‘셀프 조사’ 논란도 일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 등 20여 명은 이날 오전 무안공항 활주로 담 바깥에 모아둔 사고기 잔해 일부를 활주로 내부로 옮기기 시작했다. 앞서 엔진 등 기체 잔해에 대한 대규모 수색을 마친 항철위는 잔해를 추가로 수거하고 있다. 사고 충격이 컸던 탓에, 승객 의자 등 일부 잔해는 담장 밖 갈대밭까지 튕겨 나갔다.

조사관들은 금속관 등 기체 내외부 파편을 트럭 두 대에 나눠 싣고 활주로 쪽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미리 깔아둔 거대한 방수포 위에 잔해를 하역한 조사관들은 원인 규명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부품들을 분류한 뒤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공항 격납고에선 엔진 2개와 조종석 상부 패널 등 주요 부품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시설물이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있는데도 국토부가 ‘셀프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조류 충돌, 참사 피해를 키운 요인은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사고 현장 관리권을 넘겨받은 항철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종합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항철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선 국토부 관계자들을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별도 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시설물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진상 규명을 전담할 항철위를 구성했다”며 “전직 국토부 관료가 조사위원장을, 현직 국토부 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아 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의회도 유족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부적절한 공항 시설물이 거론되면서 국토교통부 역시 참사의 책임 주체로 용의선상에 올랐는데, 국토부가 조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국토부 산하에 항철위가 설치되고 국토부 관료 출신이 위원장이 됐다”며 “항공 분과 5인 중 상임위원도 국토부 현직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돼 항철위가 국토부 입김을 벗어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참사 원인 규명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공정하게 조사해 달라는 요청은 국토부의 조사 방침과 다르지 않다”며 “비행기 제조사와 보험사가 외국이고 태국인 승객이 사망한 만큼 모든 것이 국제적 기준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무안공항과 제주항공 등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사고 직전 사고기의 이동 경로·상황 등을 볼 수 있는 활주로 인근 CCTV 영상, 사고기 운행·정비, 시설 관련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사고기와 출동한 활주로 주변 로컬라이저의 적정성 등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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