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야, 27일 탄핵 표결
국회, 26일 후보 3인 임명안 처리
한 대행 “여야 합의 때까지 보류”
민주, 곧바로 탄핵소추안 발의
권한대행 탄핵 땐 정국 혼돈 가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여야가 합의하기 전까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면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탄핵 정국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 빠져들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우리 헌정사에서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건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저는 이런 고민에 제대로 답을 찾지 않고 결론을 내라는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할 뿐 개인의 거취나 영욕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 정계선, 조한창)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150명)이 가결 요건으로, 범야권 의석(192명)만으로도 가결이 가능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 직후 선출 결과를 정부에 통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부분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친한(친한동훈)계와 소장파로 분류되는 조경태·김예지·김상욱·한지아 의원 4명은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의 담화 후 “(한 권한대행은)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라며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탄핵 추진 이유를 밝혔다. 탄핵안에 명시된 탄핵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 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은 27일 오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탄핵 가결 정족수를 재적의원의 과반인 151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여당은 ‘대통령 탄핵 기준’(200인 이상 찬성)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결 정족수를 민주당과 같은 151석으로 보고 있어 탄핵안은 야당 의원들만으로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탄핵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에 따라 이날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안정 협의체’ 출범도 무산됐다.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가 첫발도 떼지 못한 채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