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감액안 철회' vs 민주 '증액안 제출'… 예산안 강 대 강 대치
여, 대통령실 등 특활비 복구
야, 수정안 없인 협의 안 해
10일 합의안 가능성 낮을 듯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는 3일에도 답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감액안 철회’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증액안 제출’을 내걸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를 비롯한 감액 예산안 철회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사과와 철회 없이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이)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면서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서 삭감된 검찰·경찰·감사원·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당은 민주당이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정부안이 아닌 감액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선 사과 후 협상’을 전면에 내걸자 민주당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고 받아쳤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생 예산을 증액한 수정안을 가져오면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당정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추가 감액도 검토하겠다며 증액안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 논의를 감액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예비비 절반 삭감,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 삭감 원칙은 지키면서 ‘이재명표 예산’으로 꼽히는 2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 기 싸움은 예산 협상 주도권 싸움으로 분석된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상대 당의 요구를 먼저 들어줄 경우,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는 10일 합의된 예산안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본회의에 있을 감사원장·서울중앙지검장 탄핵 표결과 10일 본회의에서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도 여야 간 예산 협의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액 없는 감액안 처리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냉각기를 거친 뒤 절충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