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4만 김해 서부권, 병원 응급실 1곳뿐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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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6곳 중 5곳 동부권 쏠림
6만 거주 진영 ‘응급실 병원’ 없어
“야간에 아프면 갈 곳 없어 불안”
시, 병원 진료 연장 등 대책 고심

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준종합병원 진영병원이 진료를 보기 위해 찾은 환자들로 붐빈다. 이경민 기자 min@ 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준종합병원 진영병원이 진료를 보기 위해 찾은 환자들로 붐빈다. 이경민 기자 min@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갑을장유병원 단 1곳뿐인 경남 김해 서부권역의 응급 의료체계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영신도시’가 들어서며 2만 4078세대, 인구 6만 명 규모로 커진 진영읍에는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아예 주민 불안감이 크다.

3일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에는 현재 응급실을 운영 중인 병원이 김해복음병원과 갑을장유병원, 조은금강병원, 강일병원, 김해삼승병원, 메가병원 등 6곳이다. 이 중 5곳이 동부권역에 몰려 있고 유일하게 갑을장유병원만 서부권역에 위치해 있다. 서부권역 주민들이 응급 의료에 대한 불안감이 큰 이유다.

7세와 11세 자녀를 둔 김은주(44·진영읍) 씨는 “둘째 아이가 열감기를 자주 앓아 늘 걱정”이라며 “진영에 아동병원이 1곳 있지만 야간진료를 보지 않는다. 새벽에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내리지 않을 땐 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부권역인 진영읍과 진례면, 한림면, 장유동 인구가 올해 10월 말 기준 24만 6000여 명으로 김해 인구 56만 명의 절반에 근접한 점을 고려하면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장유갑을병원이 서부권역 주민의 응급 의료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김해 최대 규모 종합병원이었던 김해중앙병원이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중앙병원은 한때 452병상을 자랑하며 지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담당했으나 지난달 말 공매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법원의 회생 폐지 결정에 따른 조치다.

시 관계자는 “그나마 중앙병원이 있을 땐 20분가량 차를 타고 서김해IC 인근으로 가면 됐는데, 이제는 동부권보다 가까운 창원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김해 도심 형성이 동부권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병원도 그곳을 중심으로 확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계속되자 김해시서부보건소는 진영읍에 있는 진영병원에 협조를 구해 지난달부터 자정까지 진료 시간을 연장하게 했다. 진영병원은 병상 151개 규모의 준종합병원으로 내과와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진료를 본다. 신장투석실도 운영 중이다.

서부보건소는 심야 시간에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공공심야약국도 1곳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진영읍의 삼성약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하면 기존 장유 지역 명인약국과 함께 서부권에는 공공심야약국 2곳이 운영된다.

서부보건소 신길재 소장은 “진영병원은 응급실을 운영하려고 의사를 찾고 있으나 구하지 못해 우선 자정까지 운영하게 됐다. 인력 확충이 문제”라며 “행정기관이 의료기관에 강제할 수 없는 문제여서 대응에 한계가 있지만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또 지난 2월부터 의료공백으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환자 발생 시 일반환자와 중환자를 분류해 환자별 유형에 맞춰 의원, 중소병원,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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