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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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10월 말 대학원생들에게 시사적인 경제정책에 관한 과제를 내 본 적이 있다.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하면 모든 수입에 대해 일괄적으로 관세를 10% 올리겠다는 보편 관세정책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관세를 높이는 것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거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된다.

이러한 트럼프의 정책이 시행된다면 정말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어들 것인가가 과제의 주제였다. 그것은 마침 수업 진도가 자유무역하에서의 경제정책의 영향을 모델화하였던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의 이론을 공부할 때였다. 먼델은 그 업적으로 199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모델은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에 널리 실리고 있다.

한국 모범적 경제 발전 사례 꼽혔지만

지역 불균형 심화 경제적 기반 약화

포용적 성장 메시지 철학적 성찰해야

노벨상의 시즌이 지나갔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다른 부문 수상자들의 이름은 덜 회자된 것 같다. 그럼에도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예년에 비해 좀 더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대체로 매년 수여되는 노벨경제학상은 탁월한 이론을 개발한 학자들에게 수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지금까지의 많은 수상자들과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 그들의 연구 분야는 제도경제학이나 경제사 영역에서 많이 다루는 것으로 이론경제학의 전통과는 맥락이 다르다. 그들의 연구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 발전에 돌입하였지만 왜 어떤 나라들은 성공하고 다른 나라들은 실패하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그들은 포용적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왔다. 민주화와 재산권 보호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 포용적 정치 경제 제도가 경제 발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수상 이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역대 어느 수상자들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였다. 모범적인 경제 발전 사례인 한국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한국이 포용적인 성장의 매우 성공적인 사례였으며, 향후에도 포용적 성장의 틀을 지켜 가는 것이 지속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그 이후 연례적인 행사이긴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IMF는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한 세입 확충 등의 개혁과 금리 인하를 권고하였다. IMF의 권고 때문은 아니겠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0월에 이어 다시 인하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에 따른 가계의 채무 부담을 염려하여 금리 인상에 미적거리던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이 고심에 찬 인하를 연달아 두 번 결정한 것은 경기침체가 예상외로 강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시사로 읽힌다. 이것은 증시에도 반영되었다.

대체로 금리를 낮추면 그다음 날의 증권시장에는 훈풍이 도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튿날 한국 증시는 예상외의 커다란 하락을 보였다. 금리 인하가 투자와 소비 증가를 통하여 경기회복에 기여하는 것보다 환율 상승에 미치는 악영향과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우리 경제에 대해 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 성장을 받쳐오고 있었던 기반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이라 할 수 있었던 포용적 틀도 사실 많이 무너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년 동안 빈 구호로라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은 별로 없었다. 기억에 크게 남아 있는 것은 부자 감세와 서울 집값 떠받치기 같은 정책들이다. 균형발전 정책은 아직도 체감할 방안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처럼 정책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퇴장된 것들도 있다. 이런 결말들은 당연히 격차를 확대하고 포용적 사회의 저변을 약화한다.

더욱이 정책의 빈곤이 초래한 막대한 세수 부족은 정부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히고 있다. 그 결과는 다시 포용의 기반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수 부족은 지방재정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고 이는 취약계층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장잠재력과 성장동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단의 강구에 앞서, 포용적 성장의 메시지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철학적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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