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입법’ 쏟아내는 민주당…“도 넘은 입법권 남용” 비판 고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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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사건, 소속 의원 연루된 ‘돈봉투 사건’ 관련
재판·수사 영향 미칠 수 있는 법안 줄줄이 발의 나서
국힘 “차라리 민주당 처벌 안 받는 ‘치외법권법’ 만들라”
중립 지대서도 “전례 없는 행태…심각한 부작용” 우려 증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당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의 수사·재판을 무력화하는 ‘방탄용 법안’을 줄줄이 발의하고 나섰다.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다수당의 지위를 악용해 국가 사법권을 침해하는 전례 없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인 주철현 의원은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한 형법 제130조에 ‘위법성 조각사유’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서 제3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공익법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성남FC 사건 재판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기업 4곳의 인허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에 적용된 혐의가 바로 제3자 뇌물죄다. 이 대표 측은 공공 이익을 위한 적극행정의 일환일 뿐 이 대표가 취한 이익은 없다고 방어해 왔다. 국민의힘 측은 “재판 중에 법이 바뀌게 되면 재판부가 신법의 입법 취지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한다.

같은 당 이건태 의원이 지난달 29일 발의한 수사 검사의 공소유지 참여를 제한하는 개정안도 이 대표 방어권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 의원은 “수사를 개시한 검사의 공소 유지 참여로 인해 무리한 공소 유지가 계속되는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지난달 이 대표의 성남FC 사건을 수사한 정 모 검사가 공소 유지를 위해 현재 근무 중인 부산지검에서 ‘직무 대리’로 재판에 참여하다 퇴정당한 사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인 두 의원은 모두 민주당 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이다.

앞서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지난달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고,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벌금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두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은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이뤄진 날이다. 법안 부칙에 법 개정 이전 범죄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대표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지난 9월 당내 선거 과정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제한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뒤늦게 드러났다. 김교흥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공직선거법상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가 있는 다른 선거사범과 당내 선거에서의 범죄 행위의 처벌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부칙에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에도 소급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방탄용’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탄용 의도가 의심되는 법안을 쏟아내는 데 대해 “도를 넘은 입법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가)무죄 받기 글렀으니 아예 죄를 없애버리기로 작정했다”며 “이러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져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차라리 민주당 정치인이면 죄 지어도 처벌 안 받는 ‘치외법권’을 주는 법을 만들라”고 비꼬았다.

여야를 떠나 중립지대 인사들도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분노에 매몰돼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마저 흔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전 야당들도 자신들을 향한 수사에 야당 탄압, 표적 수사라는 정치적 항의 표시를 했지만, 입법권으로 사법권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파괴하는 것이며, 입법과 사법 시스템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3일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과 관련, “법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법을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 법안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국회가 간첩죄 확대를 무산시킨다면 이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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