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위권대 지역비례선발제, 지방 위해 도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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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진학률 92%가 거주지 효과”
지역 따른 기회 불균형 입시 끝내야

2024년 11월 15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5 정시 합격예측 및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연합뉴스 2024년 11월 15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5 정시 합격예측 및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연합뉴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 지역비례선발제는 서울대 등 국내 주요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명문대 선호 현상에 따른 입시경쟁 과열이 교육 불평등과 지역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 그 취지다. 국내에선 그동안 특정 인사나 기관이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간헐적으로 제기해 왔으나 사회적으로 활발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에 대한 공론화의 길이 트인 셈이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역비례선발제 도입 논의는 올해 8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불씨를 댕겼다.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서울대에 서울 출신 학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대 진학에 학생의 잠재력이 미치는 영향은 8%에 불과하고, 나머지 92%는 학생의 거주지 효과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특정 대학에 한정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우리 교육과 입시에 지역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하게 작용하는지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입시경쟁 과열로 지속되는 여러 사회문제에서 벗어날 과감한 대안으로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지역비례선발제의 효과는 이미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박수영 의원실이 2024학년도 입시 기준으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방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률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일각에서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의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볼 때, 기우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서울대에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모든 계열에서 평균보다 높은 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역균형전형이 지역비례선발제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방 학생들의 잠재력이 서울 출신 학생들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입증된 셈이다.

아직 대학가에선 지역비례선발제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현행 대입전형 체제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실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역비례선발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반박과 함께 서울 학생들을 역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그 모든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역비례선발제는 도입해 볼 만하다. 지역 불평등을 강요하는 현행 입시제도로 인해 교육·출산·주거 문제 등 우리 사회가 겪는 고통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과는 별도로,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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