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4국의 장수 비결 [젊어지는 이야기]
손은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양팀장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식품영양이사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권에서 지리적·문화적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각국의 평균 수명과 장수 습관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최근 3년 내 발표된 평균 수명 통계를 보면, 일본은 84.8세(남 81.3세, 여 87.3세)로 세계 최장수 국가임을 입증한다. 한국은 84.0세(남 80.4세, 여 86.8세)로 일본과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78.6세, 북한은 73.5세로 나타났는데, 북한의 경우 데이터 신뢰도와 수집 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수의 또 다른 지표인 100세 이상 인구수를 살펴보면, 일본이 약 9만 5119명(남 1만 1161명, 여 8만 3958명)으로 압도적이다. 한국은 약 5581명(남 850명, 여 4731명)으로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 중국과 북한은 공식 통계 부족으로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100세 이상 인구에서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평균 수명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일관된 특징이다.
여성이 더 오래 사는 이유는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여성의 이중 X염색체는 유전적 결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의학 발전으로 임신과 출산의 위험까지 감소한 점도 장수의 주요 요인이다. 반면 남성은 음주, 흡연, 교통사고 등 위험 요소에 더 많이 노출되고, 육체적으로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사망률이 높다.
장수 비결을 살펴보면, 일본은 ‘이치주 산사이’(국과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사)와 ‘하라하치부’(80%만 배부르게 먹기) 철학이 돋보인다. 해조류, 생선, 녹차, 낫토 등 건강식도 일본 장수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장내 건강을 유지하며, 산책과 등산 같은 자연친화적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과 건강 검진도 장수의 비결이다. 중국은 ‘약식동원’ 철학을 통해 음식과 약의 경계를 허물며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녹차, 고지베리(구기자) 같은 항산화 식품과 태극권, 기공 같은 전통 운동은 중국의 장수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한은 자연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전통적인 농경 생활이 건강에 기여하지만,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장수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식습관은 장수와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육류와 가공식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했다. 이는 식습관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3세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장수한 영조는 83세까지 생존했다. 그는 잡곡밥과 채소를 즐기며 소식을 실천한 채식주의자로, 이러한 식습관이 그의 장수 비결로 꼽힌다.
여러분도 건강한 장수와 항노화를 위해 각자의 식습관을 점검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