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떻게 성공했나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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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 / 김동호

<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 표지. <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 표지.

“조선비치에서 미포에 이르는 해변에는 포장마차가 길게 있었고, (그곳은)국내외 영화인들이 밤을 지새우며 담소하는 명소였다. 나는 일정이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포장마차를 차례로 순방하면서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 부산을 찾은 게스트들을 만났다. 매일 소주 100잔에서 150잔을 마신 셈이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만든 핵심 인물인 김동호 전 BIFF 이사장은 업계에서 ‘주당’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문화 불모지’였던 부산에 세계적인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비공식 음주 국가대표를 자처했다. 일명 ‘소주 외교’다. 중국의 왕가위 감독과 일본의 키타노 다케시 감독은 “일 년간 마실 술을 하룻밤 만에 마셨다”고 그와의 술자리를 추억했다.

<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탄생해 어느덧 30주년을 앞둔 BIFF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BIFF의 출범 계기가 된 1992년 페사로 영화제와 1995년 ‘프라자 회동’을 시작으로 영화제 창설과 15년간의 여정이 담겼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국제영화제 개최를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부은 이야기를 포함해 영화의전당 건립 과정, ‘다이빙 벨 사태’ 등에 대한 뒷이야기도 수록됐다. 김 전 이사장은 영화제를 거쳐 간 영화인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기록했다. BIFF를 향한 열정과 그의 꼼꼼한 성격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늘날 BIFF는 단순히 하나의 영화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영화는 BIFF를 통해 전 세계에 진출했고, BIFF는 한국 영화계와 해외 영화계의 장벽을 허물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BIFF의 태동에는 김동호 전 이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노력과 고민의 흔적을 되짚다 보면 ‘서른 살’ BIFF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동호 지음/글마당 앤 아이디얼북스/224쪽/1만 80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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