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 활용’ 증언까지 조사…검찰 칼끝 어디로?
대선 당일 명 씨 여론조사 긴급회의 폭로
신용한 “객관적 증거는 오염시킬 수 없어”
여조 결과 무상으로 받았다면 위법 소지
검찰, 여론조사 확보 경로 확인할 듯
국민의힘 공천 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 주도로 제작된 비공표 여론조사가 윤석열 캠프에 제공됐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21일 오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신 전 교수는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만든 비공개 여론조사가 2022년 3월 9일 대선 당일 윤석열 캠프 주요 관계자들에게 공유됐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신 전 교수는 이날 창원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많은 사람이 아무리 공격하고 (증거를)오염시키려고 해도 객관적인 증거 자료 또는 기계적인 부분은 오염시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창고에 넣어뒀던 외장하드를 꺼내 보니, 미래한국연구소란 익숙한 이름이 있어서 알게 됐다”면서 “대선 당일에 (캠프)회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회의를 연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 (여론조사)파일을 보기 전후 2차례 있었고, 특히 오후 회의는 긴급회의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고 밝혔다.
명 씨는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여러 정치인에게 공천 장사를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최근 구속됐다. 그는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로부터 ‘공천 성공’에 대한 대가로 2022년 8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 16차례에 걸쳐 762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강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명 씨가 윤석열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하면서 조사비용 3억 7000여만 원이 발생했는데, 이를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강 씨와 신 전 교수는 서로 일면식이 없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명 씨를 통해 윤석열 캠프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가 흘러갔을 것이란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았다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에서 윤 대통령을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사세행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부정한 청탁을 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이를 당선에 활용하고, 당선 이후 부정한 청탁을 실행했다면 그것은 사전뇌물에 의한 수뢰 후 부정처사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명 씨 측은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신 씨가 어떤 경로로 비공표 여론조사 자료를 확보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