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 공백 장기화 속 부산의료원 정상화 시급하다
코로나 이후 수익 급감에 진료 기능 마비
부산시 예산 지원 확대 등 회생 조치 시급
위기에 처한 부산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부산시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산 시민이 10명 중 9명 꼴이라고 한다. 사회복지연대 등이 19일 공개한 ‘공공의료에 대한 부산 시민 인식 조사’ 결과인데, 비단 해당 조사에 응답한 시민들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조사 항목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산의료원 위기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해당 질문에 “중앙정부”라는 응답도 35%가량 나왔지만 “부산시”라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부산의료원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부산의료원 자체 경영 혁신 등을 주장하는 지역 정치권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인식이다.
기실 부산의료원의 형편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장 환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2019년엔 하루 평균 32명의 환자가 내원했는데, 올해 9월에는 24명에 그쳤다. 한 달 평균 병상 가동률도 같은 기간 80%에서 40%로 떨어졌다. 이는 전국 35개 지방 공공의료원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환자가 찾지 않으니 수익 역시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매달 15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인건비 부족에 의료인력 이탈도 잇따라 진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다. 응급실의 경우 전담 인력 상주 기준에 미달해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가장 낮은 C 등급을 받았다. 이런 형편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언감생심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부산의료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 부산의료원은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관련 업무만 수행하라는 당국의 명령에 일반 환자들은 모두 민간 의료기관에 보내야 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됐지만 일반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로 이미 수익이 급감한 상태에서 일반 환자들마저 돌아오지 않으니, 부산의료원의 현재 경영난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는 부산의료원 측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현재의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부산의료원 자체의 경영 혁신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이라는 특성상 수익 창출에 방점을 둔 경영에는 한계를 가진다. 그렇다면 기댈 곳은 부산시의 지원일 수밖에 없다. 다른 광역지자체는 지역 의료원을 살리려는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3월 ‘의료원 정상화 TF’를 발족한 뒤 긴급 추경을 통해 내년 출연금 634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대비 250%나 올린 금액으로, 부산시의 내년 출연금 87억 원과는 크게 대비된다. 부산의료원은 부산 시민 건강의 최후 보루 같은 기관이다. 이런 곳을 외면하고서 달리 어떻게 시민 건강을 책임지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