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안전 위협하는 부산 덱길 총체적 관리 부실
파손·부식 등 유지 관리 부실 1594건
정기 점검·보수 등 안전 대책 마련해야
전국적인 걷기 열풍과 함께 시민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와 관광 명소화를 위해 부산 지역 해안 산책로나 등산로 등 자연과 접하는 야외공간에 설치된 것이 ‘덱(deck)길’이다. 틈나는 대로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기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천혜의 절경인 부산 남구 이기대나 사하구 몰운대, 해운대 달맞이길 등 해안산책로와 등산로 곳곳에는 수많은 시민과 등산객, 관광객들이 덱길을 걸으면서 해안 절경을 감상한다. 따라서 검증된 제품을 시방서에 따라 설치해야 하고, 시공 이후에는 정기적인 점검·보수를 통한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하지만, 부산에 설치된 덱길 대부분이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공공보행물 관리 실태’ 특정감사를 통해 부산지역 덱길 526곳(총 98km)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유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만 모두 1594건에 이르렀다. 보행에 안전장치로 작용할 난간재가 파손된 사례가 519건(33%)으로 가장 많았고, 덱 판재 부식 등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덱길의 하중을 많이 받아 구조 안전성과 직결되는 철제 하부구조물(기둥)이 부식되거나(117건), 기둥 주변 토사가 유실된 곳(15건)도 확인됐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걷는 덱길이 안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덱길 526곳 중 82%인 433곳은 정기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다. 등산로 등 산림에 설치된 덱길 135곳 중 97%(131곳)가 정기 점검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지 관리 책임을 진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이용자가 불편을 신고하거나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수리나 보수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2021년 이후 부산에서 보행자가 덱길을 걷다가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거나, 난간이 부서지면서 척추를 다쳐 배상 받은 사례만도 14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덱길에 대해서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고는 항상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사고가 터지면 그 후에야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등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이 애용하는 부산의 덱길은 안전과 유지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지자체와 산하기관에서는 문제가 된 덱길에 대한 전면 재시공 및 보수 등 안전대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입하려는 부산은 어느 도시보다도 안전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은 시민의 생명, 도시의 매력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행정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