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슈퍼 매파’ 라인… 윤 외교·안보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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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이후 대중 강성 인사 속전속결 지명
중국도 한중 관계 개선 박차, 새 틀 필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이후 불과 며칠 사이에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를 ‘미국 우선주의·반(反)중국’을 지향하는 강경파 인사로 채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루비오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이후 불과 며칠 사이에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를 ‘미국 우선주의·반(反)중국’을 지향하는 강경파 인사로 채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루비오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벌써 이로 인한 국제 외교·안보의 풍랑이 우리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이후 불과 며칠 사이에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를 ‘미국 우선주의·반(反)중국’을 지향하는 강경파 인사로 채웠다. 바이든 정부와 차별화한 대대적인 대외 정책 변혁을 예고한 것으로 특히 동맹인 우리나라와 관계 설정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의 최대 표적이 된 중국이 대응책으로 최근 한중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칫 우리나라가 초강대국 사이에서 특정한 입장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속전속결로 지명했다. 13일(현지 시각) 대외 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으로 대중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하면서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미 국방장관과 안보보좌관도 44세의 폭스 뉴스 진행자와 50세의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을 임명했다. 모두 ‘트럼프 충성파’로, 개인적인 성향도 중국 북한 이란 등 적성국에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쪽이다. 그러나 적성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 국가안보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개적으로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이 거론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트럼프는 대중 해군력 견제를 위해 우리나라와의 협조를 직접 밝혔다.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론 대중 압박 동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향후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끌려갈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동안 우리와 껄끄러웠던 중국이 먼저 한중 관계 개선에 손을 내민 배경이다. 매우 낯선 모습이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중국 역시 우리를 크게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무비자 방문 전격 허용과 3개월간 공석이던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이 모두 이를 염두에 둔 조처다. 우리를 둘러싼 초강대국 간 치열한 외교 전쟁은 벌써 총성이 울렸다.

예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미국 차기 행정부를 맞상대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외교 역량이 진정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조금의 균열이라도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핵심적인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도 척을 져서는 안 되는 처지다. 결론적으로는 양 초강대국 사이에서 실리에 바탕을 둔 유연한 외교·안보 전략을 주문할 뿐이다. 물론 말이 쉽지, 그 적절한 균형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마침 중요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14일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격변의 국제 정세 속 우리 외교·안보 전략의 새 틀을 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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