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의 골 때리는 기자] 우락부락을 두려워 마
디지털총괄부 기자
성별을 불문하고 풋살을 한다고 하면 근육이 생겨 몸이 우락부락해지지 않냐고 걱정하는 말들을 건넨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 근육이 붙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근력이 있어야 눈에 보이는 근육도 생기는데, 여성의 근력은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약하고 따라서 근육이 만들어지기도 힘들다.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는 남성 호르몬이 여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건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축구는 근육을 키우는 무산소보다 유산소 운동에 가깝다. 그럼에도 ‘근육이 잘 생길 것’이라는 편견에 풋살을 주저하는 여성들을 종종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근육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힘들게 만든 근육이 있으면 풋살을 더 잘할 순 있다. 풋살은 움직임을 속여 상대를 다른 공간에 두고 빈 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게 핵심이다. 코어 근육이 잘 잡혀있어야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발목과 허벅지의 힘이 중요하다. 축구가 유산소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축구선수들이 웨이트 훈련으로 몸을 키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몸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단한 몸은 필수다. 풋살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경기를 뛰지 않고 발목강화 훈련과 하체 운동만 한 경험이 있다. 그러고 나서 경기를 뛴 적이 있는데 훨씬 움직임이 가볍게 느껴졌다. 풋살을 잘하고 싶어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튼튼한 허벅지와 갈라진 종아리를 가진 여성들을 풋살장에서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우리 팀이면 좋겠다’, ‘몸싸움 장난 아니겠다’ 등의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근육량이 많아도 여성들의 경우 육안으로 티가 잘 안 난다. 그렇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다’ 싶어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풋살은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도 바꿔줬다. 풋살을 잘하기 위해 만든 근육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도 쓸모가 있었다. 쉽게 지치지 않으니 삶에 활력이 생겼다. 풋살 근육으로 익힌 운동 센스는 다른 운동에도 적용이 가능했다. ‘근육에 대한 두려움’은 기우였다. 시작은 풋살이었지만, 근육이 생길까 봐 두려워했던 다른 운동들도 관심이 생겼다.
동시에 근육에 대한 오해를 깨닫는 기회도 됐다. 가령 발목이 약하면 보상작용으로 종아리 쪽 근육이 발달하기도 한다. 풋살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상식이다. 근육을 두려워한 탓에 어쩌면 보기 싫은 근육을 더 키우고 있었던 것일지도.
근육이 두려워 풋살을 주저하는 여성들에게 ‘생각보다 근육 잘 안 생겨요’라고 말하고 싶다. 동시에 ‘근육이 생겨도 꽤 괜찮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답니다’라고 덧붙이고 싶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