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기존 관객층 위한 묶어둘 전략 필요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대 영화연구소 결산 좌담회

30주년 1년 앞둔 BIFF 점검
온라인 예매 방식 개선 절실
“대중성·정체성 동시 살려야”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내년이면 30주년을 앞둔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층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관객층의 충성도를 높일 방법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섬세한 마케팅 전략도 요구됐다.

<부산일보>는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1층 영화자료실에서 제29회 BIFF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서대정 부산대 영화연구소장을 포함해 강지원, 김충국, 김채희, 채경훈, 이정민 연구원이 참석했다.

먼저 올해 BIFF가 선정한 초청작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서 소장은 “올해 초청된 영화의 수준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과거에는 ‘이게 왜 영화제에 초청됐지’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었는데 올해는 프로그래머들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며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점 등 BIFF의 위기감의 발로인 것은 모르겠지만 최근 BIFF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BIFF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영화 팬들이 꾸준히 BIFF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소장은 “BIFF는 오랜 기간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영화제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상이 부족한 것 같다”며 “올 테면 오라는 식의 전략이 아니라 매년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영화를 많이 관람한 관객 등 충성도 높은 관객을 위한 고객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강지원 연구원은 “미겔 고메스나, 구로사와 기요시 같은 거장 감독을 초청했다면 영화 상영에서 그치지 말고 그들을 조명하는 책자를 발간한다든지, 연구자들을 초청해 의미를 짚는 포럼 등을 열어 특별기획 취지를 드러내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미겔 고메스의 전작을 다 보면 관객에게 책자를 선물하는 방식 등으로 보상을 지급한다면 관객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연구원은 “올해 BIFF는 배우 이제훈의 화보가 담긴 특별 굿즈를 만들었는데 과거 양조위와 협업한 굿즈와 비교하면 왜 이 굿즈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BIFF를 찾는 주요 게스트와 관련된 상품이라든지, 영화제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편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예매 오류 문제와 전반적인 예매 시스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BIFF가 도입한 전석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BIFF를 찾는 관객의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모든 티켓을 예매한다면 1~2분 안에 매진되는 현재 시스템상 젊은 관객들도 예매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디지털 소외계층은 영화제를 찾기 매우 어렵다”며 “과거에는 현장 티켓으로 운 좋게 좋은 영화를 발견하는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예매에 실패하면 아예 영화제를 찾지 않는다. 영화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하나가 사라져 아쉽고 장노년층을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티켓을 일부 남겨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충국 연구원은 “예매 오류 문제는 반복해 발생하지만 항상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BIFF가 예매 시스템 자체에 대해 공을 들이지 않는 느낌”이라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제 지원 예산을 줄인 만큼 영진위 차원에서 영화제 전용 통합 예매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BIFF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이들은 BIFF가 대중성을 추구하면서도 ‘아시아 영화의 창’이라는 핵심 가치를 꼭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영화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막기 위한 판매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소장은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초청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전당 주변에 OTT 콘텐츠를 홍보하는 광고물이 너무 많아 영화제에 온 건가 OTT 콘텐츠를 보러온 건가 헷갈릴 정도였다”며 “앞으로도 OTT 작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영화제 내부에서 OTT 작품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충국 연구원은 “최근 영화관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영화제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티켓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관객이 실패 위험이 있는 작품은 선택하지 않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아시아 영화의 창이나 뉴 커런츠 같은 섹션이 소외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러 편의 영화를 보면 다음 영화는 할인해 준다든지, 관련 이벤트를 연다든지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당할 수 있는 섹션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서대정 부산대영화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제29회 BIFF를 되돌아보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