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 칼럼] 돌아오지 않는 민심
논설위원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 기록
4·10 총선 뒤 두 달째 20% 초반대
변화 약속과 달리 국정 기조 고수 탓
민심과 유리, 정책 신뢰성도 떨어져
계속될 경우 정치적 안정 해칠 수도
‘국정 최후의 보루는 민심’ 인식해야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한 수치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1%로 취임 이후 가장 낮았다. 4·10 총선 전까지 30% 초반에 머물다 총선 이후 두 달째 20% 초반대다. 반면 부정 평가는 70%로 최고치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렇게 지지율이 밑바닥이면 대통령의 말발도 잘 먹히지 않는다. 국정 동력도 생길 리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은 “충격적인 수치”라며 “10%대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나고 엿새 뒤 국무회의에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더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런데도 여전히 민심은 차갑다. 차가운 민심 위에선 어떤 정책도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현 정권을 지지하든, 하지 않든 간에 국정 불안감이 싹트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이야 많은 국민이 벌써 짐작하는 바다. 총선 전과 비교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은 여전히 서로 겉도는데 고집은 외려 더 단단해졌고 행동은 또 거침이 없다. 총선 이후만 보더라도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최근 대통령실 개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전 비서관을 발탁한 일은 여권 인사들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국정 농단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터에 예전 본인이 수사했던 사람을 기용하니 국민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내각의 진용 개편은 더디기만 하다. 총선 다음 날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후임은 감감무소식이다. 22대 국회 개원이라는 변수와 후임 인선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내각 수반과 대통령실 총괄 책임자가 사의 발표 두 달이 되도록 여전히 그대로인 점은 국정 운영의 긴장감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5일 일부 부처 장관의 교체 검토 소식이 나왔지만 관가에선 공무원의 업무 수행 열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복지부동, 무기력증이 심각하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관가의 모습이다. 최근 불거진 해외 직구 금지 논란,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과 부활, 노동시간 주 69시간제 도입을 둘러싼 혼선과 같은 일이 그냥 생긴 일이 아닌 것이다. 모두 국정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대통령과 민심을 유리되게 하는 요인이다.
민심은 시계의 추에 비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더 낮고 유연하게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진중하게 행동하면 다시 돌아오는 게 민심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일 대통령의 동해 유전 가능성 직접 발표는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생색낼 때는 대통령이 나서고 책임져야 할 상황에선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석유 매장 사실이 최종 확정된 것도 아니고 탐사·시추 계획 승인을 굳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냐는 지적이다. 괜히 대통령이 나서는 바람에 또 뜻하지 않는 논란만 불거지는 판이다. 차라리 담당 장관에게 맡겨 놓고 대통령실은 이를 지원하겠다는 정도의 언급이 나왔다면 훨씬 나았을 듯싶다. 어떻게든 대통령을 띄우고 싶은 참모들의 과욕이 빚은 일로 생각된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일에 이처럼 대통령을 내세우면 반대로 곤란한 일에 대한 책임 역시 비례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당장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사이의 통화 여부에 대한 국민과 야권의 진실 규명 요구가 빗발치는 데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국 이런 사례의 반복이 계속 대통령의 지지율을 빠지게 한다. 최종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직에 대한 무게감만 훼손될 뿐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직의 무게감이 이런저런 요인으로 갈수록 약해진다면 국민도, 나라에도 좋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많은 국민은 안다. 이는 정략의 문제가 아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 일부에서 마치 유행어처럼 ‘탄핵’을 들먹이지만 국민들이 여기에 크게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국민의 낮은 지지율을 무심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에겐 아직도 3년 가까운 임기가 남았다. 계속 낮은 지지율로 남은 임기를 보내는 것은 많은 정치적 실패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108석의 여당이 언제까지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스스로 민심을 확보하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이미 해결책은 알다시피 많이 나와 있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