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꾸미는 음식 추억] 어릴 때 싫어했던 양파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학교 수업이 마친다. 키가 어른들의 허리쯤에 닿는, 말 그대로 꼬마인 나는 집으로 급히 뛰어간다. 어머니가 반기신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신다. 나는 마당에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집안을 돌아다닌다. 라면이 다 되었다. 그런데, 아, 양파다! 라면에 양파가 들어 있는 것이다.
양파를 싫어하는 나는 양파를 먹는 대신 볼 한쪽에다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양파를 차곡차곡 재운다. 그러다 어머니에게 혼이 난다. 그때는 그랬었다. 어른들이 먹는 음식들 잘도 먹는 아이였는데, 양파만큼은 먹기가 도무지 힘들었다. 한두 번 손사레치면 어머니도 이해하실 만했건만, 식탁 위의 기싸움은 계속 되었다. 양파는 라면 면발 사이에 꼭꼭 숨어 있었다. 어머니는 라면에 감자 튀김을 넣으셨는데 양파는 같은 밀가루 옷으로 위장한 채 구별이 어렵게 라면 속에 숨어 있곤 했다. 나는 젓가락으로 양파를 골라내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양파를 아주 잘게 썰어서는 라면에 넣어 놓으셨다. 그러니, 양파를 골라낼 수 없었고, 어머니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 수 위셨다.
어른이 된다는 건 별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릴 때 못 먹던 것들을 이제는 잘 먹으니 어린애랑 뭔가 다르긴 다른가 보다. 자장면에 양파가 없으면, 왜 그렇게 허전한 건지 이제는 알겠다. 보라색 양파는 또 얼마나 맛있는지 이젠 정말 알겠는데…. 양파의 추억과 함께 나에게는 먼 시간이 있었고, 또 시간이 지나갔다.
식탁 앞에서 입술을 내민 채로 잔뜩 삐쳐 있을 어릴 적 나에게, 말 한 마디 건네주고 싶다. 그것도 순간이라고. 생각보다 빨리 어른이 된다고. 그러니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어서 먹으라고. -끝-
이지우/부산 연제구 거제동
'독자들이 꾸미는 음식 추억'은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파라다이스호 부산의 일류 조리사들이 맛난 요리들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난을 꾸밉니다. 요리는 맛의 예술이자 창조의 예술이라 합니다. 레시피를 통해 먹는 재미에 곁들여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도 충분히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