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지만 아쉽다…뮤지컬 영화 ‘위키드’ [경건한 주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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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로드웨이 역대 작품 중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뮤지컬은 딱 3개입니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그리고 ‘위키드’입니다.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약 13년 만에 총 매출 10억 달러를 넘겨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대단한 화제작을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뮤지컬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관람한 후기를 남깁니다.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주변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새끼 백조의 이야기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난 태어날 때부터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못생긴 걸까? 이런 나라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기는 할까?”라고 한탄합니다.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도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먼치킨랜드 영주의 장녀인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탓에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아버지에게도 구박만 받습니다. 엘파바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등 감정이 격해지면 작은 돌멩이들을 날아다니게 하는 등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런 엘파바는 동생을 따라 ‘쉬즈대학교’ 입학식에 갔다가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도 입학하게 됩니다. 학교 총장이자 마법사인 마담 모리블(양쯔충)은 엘파바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잠재력을 일깨웁니다.

이후 영화는 엘파바의 본격 성장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공주병에 걸린 듯한 퀸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의 관계도 엘파바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영화…배우들 고음 대결

영화는 뮤지컬 장르답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데 충실했습니다. 총천연색의 꽃밭과 마을 주민들의 군무가 어우러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압도적인 영상미를 선사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를 부르며 어마어마한 가창력을 뽐냅니다.

팝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의 백치미 연기도 관람 포인트입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글린다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했습니다. ‘파퓰러’(Popular)를 부르며 펼치는 능글맞은 연기가 수준급입니다.

신시아 에리보도 아리아나 그란데에 밀리지 않습니다. ‘마법사와 나’(The Wizard And I)를 포함한 원작 뮤지컬 주요 넘버들에서 뛰어난 성량과 감정 연기를 선보입니다. 영화 말미의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에선 매력을 마음껏 자랑했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 합도 좋았고, 미술과 의상 등 미장센이 훌륭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눈과 귀가 즐거운 작품입니다. 큰 스크린과 고품질 음향 시스템이 갖춰진 영화관에서 보기에 알맞은 작품입니다.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꿈·평등 향한 메시지 감동…완성도는 2% 부족

영화는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PC)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다양한 인종이 주변 인물로 등장하고, 차별과 편견, 혐오에 대한 비판 의식도 자연스레 전달합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리는 엘파바 캐릭터의 주체성도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다만 개연성과 현실성이 떨어져 유치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일부 있었고, 이야기 전개나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급작스러워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실관람객 사이에서도 일부 혹평이 나옵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원작 뮤지컬상 1막에 해당하는 이야기만 담아내 전체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입니다.

또 기대에 비해선 영화에 삽입된 넘버들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알라딘’(2019) ‘위대한 쇼맨’(2017) ‘라라랜드’(2016) 등 숱한 명곡을 남긴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하면 ‘위키드’ 속 넘버들은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존 추 감독은 ‘지.아이.조 2’(2013)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으로 유명하지만, 직전 작품인 ‘인 더 하이츠’(2021)로 이미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바 있습니다. ‘인 더 하이츠’ 역시 춤과 노래 연출은 좋았지만 플롯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위키드’는 국내 뮤지컬 배우와 성우들이 참여한 한국어판 더빙 버전도 상영합니다. 뮤지컬에 참여했던 박혜나와 정선아가 각각 엘파바, 글린다를 맡았습니다. 1막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파트 2는 내년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위키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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