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털린 CJ 피해 여성 직원들 “일상이 무너졌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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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사진 등 민감 자료 수두룩
불안·불면증 정신적 고통 호소
공동대응 위한 오픈채팅방 요구
사 측 개별 안내 위주 대책 질타
향후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

CJ그룹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CJ그룹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CJ그룹 전·현직 여성 직원 330여 명의 개인정보와 사적 사진이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사측의 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경찰이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수사 중인 가운데 CJ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보호 조치와 구제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이번 유출 사태의 피해자 A 씨는 〈부산일보〉에 “예상치 못한 유출 피해를 겪으며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유출된 정보가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사측의 대응에 대해 “지난 몇 년동안 내부 인트라넷을 이용해 벌어지고 있던 일을 회사도 제보를 받고서야 알았다고 한다”면서 “개인 정보에 특정 인물이 반복해서 접근을 했다면 회사 측에서 미리 알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데다 사후 대응도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피해 대상에는 임신부와 한 달 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름과 연락처 유출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결혼·자녀 사진과 바디프로필 등 민감한 자료까지 대거 포함돼 피해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A 씨는 “언제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불면증에 시달려서 밤이면 수면제를 먹고 잔다”면서 “회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정보보안 교육을 진행하면서 정작 회사는 직원 정보를 소홀히 관리하고 있던 게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일부 직원들은 이번 사태 이후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이 지주사 차원에서 구성한 ‘개인정보 보호지원 TF’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CJ 측은 전담 조직을 통해 유심(USIM) 변경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유선 핫라인을 통한 일대일 안내 위주의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을 위해 오픈채팅방 등 창구 개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개별 안내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 관계자는 “인사 등 관련 부서 인원들로 TF를 구성해 민원을 처리 중”이라며 “오픈채팅방 개설은 개인별 요구가 달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운영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채팅방 개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별다른 응답이 없다”며 “개별 대응을 고수하는 건 기업의 책임 회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텔레그램 채널은 2023년 개설돼 운영되다 최근 문제가 되자 폐쇄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CJ그룹 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진 내부자의 정보 유출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CJ그룹은 자체 조사를 통해 내부 직원 1명을 유출자로 특정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경영진의 전향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들은 향후 공동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비케이법률사무소 최염 변호사는 “피해 직원들은 정보 유출 행위를 직접 실행한 피의자 개인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고, 회사 측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근거로 민사상 책임을 묻는 방향이 가능해 보인다”고 봤다.

이어 “사진 등 민감한 정보가 유포된 만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내부 관리계획 수립 및 접근 권한 통제 등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조치가 미흡했다면 관리·감독 책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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