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소득·자산 격차 고착계층 이동 통로 막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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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자형 양극화

최근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넘었고, 호황을 나타내는 경제 지표들로 가득하지만 소득·자산의 격차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계급’이 부상하고 있고, K자형 양극화도 모자라, 계층 이동 자체가 막히는 H자형 양극화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설명하는 K자형 양극화가 경제 회복 과정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알파벳 K처럼 벌어지는 현상이라면, H자형은 그 격차가 완전히 고착화되어 계층 이동을 막는 ‘벽’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격차가 커지는 정도가 아니라 방향이 아예 달라지면서 계층 이동 가능성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실제로 지난해 상위 20%의 순자산이 7.9%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는 오히려 4.9% 감소하며 자산 격차가 7.82배까지 벌어졌고,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역대 최악인 0.625를 기록했다.

소득 격차는 점차 자산 격차로 전환된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투자하고, 부동산 시세차익과 주식 배당, 금융 이자가 누적되며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자리 잡게 된다.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세대는 청년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수입만으로는 출발선의 격차를 뒤집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 노동시장에 뛰어들 동기 자체가 약해진다. 이른바 ‘쉬었음’ 청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도 늘어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에 고르게 흐르지 못하고 ‘H자형’ 구조가 고착화되면, 현재의 호황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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