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양수도권' 완성이 선거용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밋빛' 일색 정부 계획만으론 역부족
실행력 담보할 수 있는 조치 뒤따라야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준비 현황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이 의장국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부터 이틀 동안 부산·경남지역에 머무르며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는 27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이후 처음 부산에서 열린 제31회 바다의 날 기념식 참석을 겸한 지역 민심 수습 행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음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당장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반면 여권은 대통령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며 ‘후광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방문한 부산·경남지역은 임박한 이번 선거에서 광역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모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라 이 같은 시선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은 27일 부산 영도구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해운·항만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기념사에서 동남권을 ‘남부 해양수도권’으로 발전시키겠다며 “항만·공항·철도·도로가 이어지는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해양 관광 벨트를 구축해 세계와 경쟁하는 ‘해양 경제권’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경남 창원 방문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동남권에 대한 전략적 투자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같은 결의 언급이었다. 국무회의 때 이 대통령은 해수부와 HMM 본사 부산 이전에 이은 공공기관과 기업 추가 이전 신속 추진까지 주문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해수부 장관의 남부 해양수도권 청사진 공개로 이어졌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26일 동남권을 미래 해양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비전 아래 부산을 국제 해양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 뿐만이 아니라 울산은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경남은 항만물류·제조·AI가 결합된 글로벌 공급망 핵심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까지 포함됐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북극항로를 선도하고 산업 대도약을 이루며 기업·사람·자본을 집적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4대 전략까지 제시했다. 정부 계획과 전략에 따르면 남부 해양수도권은 벌써 조성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계획을 접하고 마냥 기대에 부풀어 있기엔 동남권의 처지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동안 동남권이 해양수도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것은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행 구조가 담보되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선거용 표심 공략을 위해 쏟아진 장밋빛 계획의 좌절을 숱하게 겪어온 동남권 주민들에겐 제대로 된 집행 구조 실현이 더욱 간절하다. 계획에 따른 법 체계 마련과 권한 배분부터 서두르고 중장기 재정계획으로 못박아 지속사업이 되도록 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선거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와 실행력을 보일 때라야만 남부 해양수도권 조성 구호의 진실성이 담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