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속삭였지, 멍하니 바라다보면, 마음의 멍도 사라진단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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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양치유 관광 프로그램

부산관광공사, 주말마다 7개 해수욕장·동백섬서
해변 요가·선셋 필라테스 등 치유의 바다 프로그램
올해 첫선 ‘오션 싱잉볼 라운지’ 바람·향·소리 체감
잘 쉬는 것도 능력, 바다가 주는 위로에 심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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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것도 능력인 시대다. 일정은 빽빽하고, 머리는 늘 바쁘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쉬느냐가 여행의 기준이 됐다. 관광지를 빠르게 훑고 사진을 남기는 여행보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이른바 ‘리커버리노믹스(Recoverynomics·회복경제)’다. 회복이 곧 소비가 되는 흐름이다.

흐름의 중심엔 부산 바다가 있다. 부산은 지금 ‘보는 바다’에서 ‘쉬게 하는 바다’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치열한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다는 더 이상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몸을 맡기고 감각을 되찾는 공간이다.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경험하는 곳. 부산은 바다를 그렇게 다시 정의하고 있다.

선셋 필라테스. 부산관광공사 제공 선셋 필라테스. 부산관광공사 제공

■“열심히 살수록 더 쉬어야 한다”

어느 세대에게나 쉼은 언제나 필요한 경험이지만, 최근 가장 절실하게 휴식의 필요성을 외치는 건 2030 세대다. 젊은 세대는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비교는 더 쉬워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켜는 순간 타인의 삶이 쏟아지고 자연스레 내 삶과 비교가 된다. 그 사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이들은 의도적으로 멈춤을 선택한다.

젊은 세대는 열심히 사는 것과 충분히 쉬는 것을 동시에 추구한다. 휴식을 잘 취하는 능력은 곧 자기 관리 역량으로 인식된다. 회복은 더 이상 나태함의 징표가 아니라 의도된 선택이자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일상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휴식은 이제 소비 행위이자 자기 표현의 방식이다.

무엇을 소유하느냐보다 무엇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 그중에서도 회복은 가장 깊고 사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향한다. 바람을 맞고, 몸을 움직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시 정리한다.

사운드 워킹. 부산관광공사 제공 사운드 워킹. 부산관광공사 제공

■부산 바다가 전하는 회복의 순간

이 흐름을 가장 부산답게 풀어낸 것이 해양치유 프로그램이다. 부산은 이제 해양관광 도시를 넘어 ‘회복의 바다’로 변신을 시도한다.

햇살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 광안리 해변. 요가 매트 위에 선 사람들은 파도 소리에 맞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고개를 들면 바다 위로 노을이 번지고, 시선을 내리면 모래 위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보인다. 부산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회복의 경험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부산관광공사는 바다를 무대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2026 부산 해양치유 관광 프로그램’을 이번 달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매주 주말 부산 7개 해수욕장과 동백섬 일원에서 운영한다. 해변, 해안길, 공원 등 부산의 다양한 해양 공간을 활용해 몸과 마음의 균형과 회복을 돕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다.

프로그램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 노르딕 워킹과 선셋 필라테스 중심이던 콘텐츠는 해변 요가와 싱잉볼 명상, 오션 러닝, 비치 바레, 사운드 워킹 등으로 확대됐다. 해변 요가와 선셋 필라테스는 파도 소리와 일몰을 배경으로 신체 균형을 회복하는 움직임 중심 프로그램이다. 오션 러닝은 해안 경관을 따라 달린 후 지역 F&B와 협업한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즐긴다. 참가자들은 바다와 함께 움직이며 심신을 회복한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오션 싱잉볼 라운지’는 해외 휴양지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웰컴드링크를 마신 뒤 바다를 바라보며 파라솔 아래 누워 아로마 향과 싱잉볼 소리 속에서 휴식을 경험한다. 바람과 향, 소리가 겹치면서 몸이 천천히 이완된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를 품은 휴식 속에서 감각과 감정을 회복하는 콘텐츠다.

당일 체험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박 2일 ‘부산 오션 리트릿’도 도입했다. 해양치유 활동에 온천과 마사지 체험을 결합해 부산에 머무르며 여행하고, 운동하고, 피로를 해소한다. 길어진 체류시간만큼 깊이 있는 치유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안길과 숲, 항구, 도심 등 부산의 고유한 소리를 채집하며 걷는 ‘부산의 소리를 담다’도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 바람 소리를 담아 자신만의 부산을 만든다. 눈으로 보는 관광에서 몸으로 느끼고 쉬는 관광으로의 변화다.

참가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익숙했던 광안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다”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호흡하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됐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혼자 여행 온 관광객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별도의 준비물 없이 편안한 복장으로 가볍게 참여할 수 있으며 해변 요가, 선셋 필라테스, 오션 러닝, 싱잉볼 라운지 등 주요 프로그램 참가비는 1만 원으로 저렴하다.

비치 바레. 부산관광공사 제공 비치 바레. 부산관광공사 제공
해변 요가. 부산관광공사 제공 해변 요가. 부산관광공사 제공

■쉬기 위해 부산을 찾는 여행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처음 시작됐다. 밀집된 시내를 피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당시 406명이던 참가자는 지난해 2254명까지 늘었고, 올해는 2500명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관광객들도 부산 바다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해양치유 프로그램 참가자의 37%가량은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다. 타지역 참가자가 30%가량, 해외 참가자가 7%가량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부산 바다에서 쉬기 위해 여행을 온다.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해양레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성수기에도 부산 바다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여름철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를 봄·가을까지 분산시킨다. 올해는 체류형 관광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요트·온천·마사지 등을 결합한 리트릿 프로그램은 숙박과 식음, 체험 소비까지 연결되며 지역 관광 소비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체류형 콘텐츠와 지역 관광, 로컬 브랜드가 함께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발리나 치앙마이처럼 자연 속에서 웰니스 문화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도시들을 참고해 부산 바다를 ‘회복의 바다’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먹고 즐기는 도시’였던 부산은 이제는 ‘쉬는 도시’라는 새로운 얼굴을 더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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