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보좌진, 사무실 PC 초기화·저장장치는 망치로 부숴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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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책 잡히면 안돼”
저장장치 망치나 발로 부숴
밭이나 목욕탕 쓰레기통 버려
검찰 “후원회 입출금 내역 등
통일교 의혹 증거자료 저장”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부산일보DB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부산일보DB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들이 PC 저장장치를 망치로 부수고 인근 밭에 내다 버린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이 압수수색을 받기 전 “책 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며 증거를 인멸했다. 검찰은 당시 전 후보의 부산 사무실 PC에 후원회 입출금 내역, 일정 관련 파일 등 증거자료들이 저장돼 있을 것이라 봤다.

11일 <부산일보>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선임비서관 A 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인턴 비서관인 B 씨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업무용 PC를 초기화할 것을 지시하고 PC 초기화 기능을 이용해 윈도우를 재설치했다.

같은날 오후 A 씨는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수사기관에 책 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며 자신의 PC 뿐만 아니라 부산 사무실 내 업무용 PC 전체를 초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급 보좌관인 C 씨는 A 씨의 보고에 따라 PC 전체 초기화를 승인했고 “포맷 하기 전에 필요한 자료는 백업해두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전 후보의 서울 사무실 8급 비서관에게 PC 초기화 방법을 문의했고, 8급 비서관이 ‘SSD 카드를 꽂았던 PC는 한 번 더 포맷을 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A 씨는 PC에서 분리한 저장장치를 직접 파손했다. 이날 오후 A 씨는 PC에서 분리해 회의 테이블 위에 놓아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인턴 비서관으로부터 건네받은 HDD(하드디스크) 1개와 SSD 1개는 사무실 5층 창고로 갖고 갔다. HDD는 드라이버를 이용해 해체한 뒤 망치로 내려쳤고, SSD는 손과 발로 구부러뜨려 부쉈다.

A 씨는 이렇게 파손한 HDD를 같은 날 오후 10시께 자신의 주거지 인근 밭에 버렸고, SSD 1개는 다음날 오전 한 목욕탕의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 보좌진의 범행에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검찰은 공소장에 “보좌진들은 각종 자료들을 PC에 설치된 텔레그램,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는 등의 방식으로 공유했다”며 “특히 부산 사무실의 PC에는 전 후보 명의로 발송된 축전 파일, 축기·조기 현황 파일, 일정 관련 파일, 후원회 입출금 내역 등 회계 관련 파일 등 전 후보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된 증거자료들이 저장돼 있었다”고 적시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같은 달 15일 전 후보의 의원실, 부산 사무실, 자택, 세종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합수본은 증거 인멸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반면 의원실 직원들이 PC 초기화에 대해 전 후보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합수본은 전 후보의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달 10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최종 관리자인 전재수 후보의 허락 없이 당협 사무실 비품을 함부로 없앨 수 없다"며 "24세 인턴 비서관은 근무한 지 몇 개월 만에 억울하게 기소됐고, 앞날이 캄캄하다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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