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HBM ‘1년 주기’로 판 뒤집는다… 턴키로 ‘초격차’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매년 신제품 투입 로드맵
‘2년 공식’ 깨고 속도전
커스텀 HBM 앞세워 빅테크 락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기존 2년 안팎이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주기를 ‘1년’으로 전격 단축한다.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도에 맞춰 제품 진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으로 차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2년의 벽’ 깨버린 기술 자신감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 HBM 세대 교체에 소요되던 시간을 2년 안팎에서 1년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의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신규 AI 가속기 출시 주기에 맞춰 매년 새로운 HBM 세대를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HBM 초기(HBM1~HBM2)에는 주기가 다소 불규칙했지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GPU 출시 로드맵이 1~2년으로 짦아지면서 메모리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HBM2E에서 HBM3 그리고 HBM3→HBM3E, HBM3E→HBM4까지 세대 교체마다 약 2년이 걸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HBM 세대교체 시간을 절반 수준인 1년으로 대폭 축소하는 전략을 택했다. AI 가속기 출시 주기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역시 같은 속도로 진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개발 주기를 통상 2년에서 1년 이내로 대폭 줄인 것을 두고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만 가능한 ‘원스톱’ 구조

삼성전자가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 설계 △파운드리 제조 △첨단 패키징을 일괄 처리하는 ‘턴키 솔루션’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HBM4부터는 로직 기능을 담당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가 본격 도입되면서 파운드리 기술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첨단 공정을 통해 베이스 다이 생산부터 메모리 적층, 패키징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기술까지 조기 확보하며 향후 수율 안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설계와 생산 그리고 패키징을 따로 나눠서 진행하는 경쟁사에 비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TSMC-SK하이닉스 등으로 분리된 구조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삼성전자만의 ‘핵심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맞춤형 HBM’으로 판 바꾼다

삼성전자는 이번 로드맵 개편의 핵심을 ‘속도’와 ‘커스터마이징’으로 잡았다. 단일 규격 제품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엔비디아·AMD 등 고객사의 차세대 AI 칩 설계에 맞춰 최적화된 맞춤형 HBM을 빠르게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사 ‘맞춤형(CUSTOM) HBM5’ 시장에서 강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공급망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요구와도 맞물린다. 개발 주기를 1년으로 줄이면 고객사의 로드맵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동시에 보유한 강점이 극대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위상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라며 “삼성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이후 HBM5까지 개발 로드맵을 앞당길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을 선행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더 빠르게 투입하는 구조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